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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어디서 하세요?] 10. 영화음악감독 장영규의 방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09-04-28

영화음악감독 장영규의 방은 18세기 서양 중산층 가정의 응접실 같다.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장영규는 감독과 함께 영화음악 회의를 하거나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을 하던 그 자리에서 “특히 좋아하는 파스타”를 요리하고, 방바닥에 누워서 잔다. 음악감독 장영규와 인간 장영규는 15평 남짓 되는 공간 안에서 묘하게 뒤섞인다.

중첩된 성격의 방처럼 그의 음악도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리를 충돌시킨다. 따뜻한 실내에서나 어울릴 산타 에스메랄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넓은 사막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O.S.T로 탈바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 모든 영화음악을 이 방에서 작업한 그는 아이디어 역시 여기서 얻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비롯한 일상적인 소리에 영감을 얻고 작업에 활용한다.” 일을 하다보면 재미난 경우도 많다. “개 짖는 소리가 필요해서 어렵게 개를 섭외했는데 안 짖더라. 마침 앞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 방에 데리고 왔는데 역시나 안 짖더라. 그때 개들과 한바탕했다.” 생각이 안 풀릴 때는 “그냥 눕거나 잔다”며 “그때 결정적인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어쩌면 장영규 음악의 원천은 그의 방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둘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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