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번째 마감 뒤 가진 술자리. 이날 화제는 단연 K 객원기자(예의상의 이니셜, 책 뒤져보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음)의 인터뷰 질문지였다. 동석했던 J기자(정체가 궁금하면 K에게 이메일로 문의하길.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음)는 K의 빽빽한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전했다. J가 전한 바에 따르면, K의 질문지는 꽤 정교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3번 질문이 통하지 않을 때에 7번 질문으로 공략한다. 2번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맘에 들지 않으면 4번으로 되묻는다. 모든 질문에 행동지침이 덧붙여진, 이른바 ‘YES or NO’식 질문지였다. 인터뷰이가 외국 배우였던지라 통역을 거치면서 K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다. J가 중간에 몇번 끼어드는 바람에 K가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도 안타깝다. 하지만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을 벤치마킹한 K의 실험 정신은 ‘아니면 말고’ 식의 질문으로 일관해왔던 이들에겐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극은 언제나 되돌아보게 만든다. K에 버금가는 인터뷰 노하우를 나는 갖고 있었던가. 그의 성실함을 본받아야 마땅하다고 가슴을 치려는 게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게도 인터뷰 기술(?)이 있었다. 이제 와서 공개하려니 좀 쑥스럽긴 하다. 따져보면, 첫 인터뷰 때부터 내 작전은 ‘버티기’였다. 최대한 상대와 오래 앉아서 마주하기. 딱히 내놓을 만한 질문지가 없다보니 인터뷰는 오락가락, 인터뷰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였다. 인터뷰가 끝나면 회사에 차로 데려다주겠다던 사진기자들은 결국 술자리로 이어지는 나의 저인망식 인터뷰 때문에 혀를 차고 돌아서기를 여러 번이었다. 착각인가. 지친 상대는 자신의 속을 이따금씩 보여줬고, 아마도 그걸 훔쳐보는 재미에 마감 독촉에도 버티기를 고수했던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이 방법 또한 적잖이 약점을 노출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던 안해룡 감독. 전주천 바라보며 각각 소주 2병씩 깐 인터뷰였는데, 나중에 녹음을 풀어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술 취해서 ‘묻고, 또 묻고’, 상대가 알코올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병’ 맞을 일이었다. p.s. 말로 상대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믿는 건 흥미로운 만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