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엔 고사리손 같은 단풍잎이 무성하다. 메탈 느낌의 속살에 단단히 달라붙은 딱지를 떼어나자 붉은 피 대신 노란 수액이 반짝인다. 대만 작가 수유시엔의 작품을 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역설’이었다. 그의 그래픽에는 인공과 자연이라는 상충되는 개념이 언제나 공존하기 때문. 그런데 묘한 건 이처럼 대비되는 소재들이 마치 예전부터 한몸이었던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광택나는 인조 신체에 일부러 새겨넣은 무늬처럼 아른거리는 자연의 그림자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른바 역설의 아름다움이다.
그래픽 작가 수유시엔의 개인전이 5월10일까지 표 갤러리에서 열린다. 인공 신체와 나뭇가지를 융합시킨 <Donghe Hardware Series>를 비롯해 인간의 신체에 대한 실험적 그래픽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중국 등지에서 다양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던 작가는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Blue Dot Asia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