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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 원더 최초의 공연 타이틀

≪Live At Last≫/스티비 원더 / 유니버설뮤직 발매

1963년이었다. 스티비 원더가 ‘리틀 스티비 원더’란 이름으로 데뷔한 건 겨우 열세살. 데뷔만 빨랐던 게 아니다. 그는 당시 <Fingertips>란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데뷔한 지 5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연 타이틀을 발표하지 않았다. 팬들이 그를 보려면 그래미 시상식 같은 매머드급의 TV쇼 아니면 기필코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Live At Last>가 남다른 이유다. 이 DVD는 스티비 원더가 생전 처음으로 발표한 공연 타이틀이다.

2008년의 월드투어 중에 영국 ‘O2아레나’에서의 공연을 담은 이 DVD에는 모두 30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사실 공연 DVD란 배보다 큰 배꼽 같긴 한데, 그걸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좋은 시스템은 물론 5.1채널의 사운드가 미친 말처럼 뛰어다닐 넓은 거실(아이고!)이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 DVD를 즐기는 건 아니었지만, 이 DVD에는 가슴 벅찬 뭔가가 있다. 공연 시작과 함께 등장한 예쁜 아가씨- 스티비 원더의 딸 아이샤 모리스- 때문도 아니고, 돌비 디지털보다 고음질을 보장하는 LPCM(Linear Pulse Code Modulation)으로 인코딩된 사운드 때문도 아니다. 겨우 11인치 노트북으로 2시간14분짜리 대공연을 돌파한 스스로가 뿌듯해서 그런 건 더군다나 아니다. 그 뭔가는 이른바 감동 같은 것인데 당신도 나처럼 <Part-Time Lover>의 그 유명한 인트로가 둥둥둥둥 흐를 때 조막만한 모니터를 붙잡고 미친 말처럼 웃으면서 어깨와 목을 흔들어댄다거나, <My Cherie Amour>의 첫 소절을 합창하는 관중과 동화되어 입을 맞추게 될 거란 얘기다. 장담한다. <Superstition>의 그 환장하는 그루브는 말할 것도 없고.

사실, 이 감동은 우리 생전에 이 할아범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으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노친네가 수지타산 안 맞는 한국까지 다시 날아와 공연을 보여주지 않는 한, 혹은 우리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찾아가지 않는 한 스티비 원더를 볼 일이 요원하단 말이다. 그래서 이 2시간짜리 DVD는 나 같은 아시아 변두리의 목마른 영혼을 위한 저렴한 이온음료다. 아, DVD의 감동 때문인지 자꾸 눈물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