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일본영화 최고 히트작 <아이보>(相棒)에서 주역 스기시타 우쿄 형사를 맡은 미즈타니 유타카가 18세기 말에 활약한 우키요에 화가 기타가와 우타마로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드라마 <다마시에 우타마로>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작품은 <아사히TV>에서 2시간짜리 단발 드라마로 방송될 예정(시일 미정).
인기가 급등하는 미즈타니가 형사드라마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극에 기용된 이유는 ‘에도(江戶) 붐’에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년간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17세기 초~19세기 후반의 에도시대 전통문화에 대한 회고의 붐이 조용히 일고 있다.
목판화 기술이 발달했던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작가와 화가, 인쇄공, 유통업자 등의 분업제에 의한 근대적인 출판 시스템이 탄생했다. 그 덕에 사회의 정보화가 이루어졌고, 문학과 미술 등 다양한 문화가 급속히 보급되었다. 그리하여 일본의 전통적인 대중문화가 최고조로 개화된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인 것이 기타가와 우타마로를 비롯한 우키요에 인기 화가들이었다.
원래 우키요에의 모델은 역사적 인물이나 가부키 배우, 유녀(고급창녀) 등이 주를 이루었지만 기타가와는 일반인 미녀들도 많이 그렸다. 기타가와가 찻집의 여종업원을 그려 서적에 실리게 되면 그 가게에는 손님이 몰려들어 그녀의 이름을 단 인형이나 우키요에를 복사한 포스터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타가와의 우키요에는 오늘날 잡지 그라비아 화보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또한 19세기 말 열강의 압박을 받은 일본 정부가 쇄국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그의 작품은 해외에 유출돼 유럽 예술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그 명성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에 미즈타니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단발 작품이라서 이러한 시대배경이 자세하게 표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보>는 단발 작품으로 방송됐다가 호평을 받아 연속극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니, 그 성공이 재현된다면 미즈타니의 기타가와가 에도 붐 확대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