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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up] 귀하는 몇십억의 세금을 내십니까

우타타 히카루

지금은 발표되지 않는 랭킹이지만 일본에서는 매년 5월이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순위가 발표되곤 했다. 바로 ‘부자순위’(조자반쓰케, 長者番付)다. 이 랭킹은 말 그대로 일본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들의 순위. 근거는 그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다. 일본 국세청이 가장 많은 소득세를 납부한 개인의 순위를 공개하면서 추정소득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부자 리스트가 정해졌다. 제도의 기원은 무려 1847년으로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수입액을 그대로 공개했는데 탈세방지, 세금납부 장려 등의 목적을 가지고 시행됐다. 그러다 지나친 정보공개에 의한 위험이 뒤따르자 1983년부터는 수입액이 아닌 실제 소득세 납부액만 공개됐다. 지금은 이마저도 지난 2005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공표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백만장자’들이 순위를 채우는 까닭에 ‘조자반쓰케’랭킹은 늘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대체로 대기업 간부들이나 부동산 재벌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매년 ‘이야기가 있는 인물’들도 등장했다.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캐릭터 사업 등에서 얻은 수익으로 자신의 거주지역 세금 납부자 순위에서 톱3 안에 들었던가 하면, 주식투자만으로 부자대열에 진입해 자수성가를 일군 인물의 스토리도 있다. 일본 주식시장 100년 역사상 최고의 투자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고레가와 긴조는 1983년에 주식투자만으로 200억엔 이상을 벌어들여 부자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난한 생선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제일의 부자가 된 그 또한 일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였던 셈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는 연예인들의 소득이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1천만장 가까운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97년 연예인 중 세금납세액 1위를 차지한 우타다 히카루나 데뷔 뒤 일본 여고생들에게 ‘여신’과 같은 존재감을 행사한 하마사키 아유미 등 당대를 지배한 가수들이 대체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순위가 발표된 2005년에도 연예인 세금 납부액 1위를 차지한 하마사키가 10억2700만엔(약 100억원, 전체 37위), 2위를 차지한 우타다가 9억3천만엔(약 93억원, 전체 51위)의 세금을 납부하는 파워를 과시했다. 음반판매량을 등에 업은 가수들이 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는데 3, 4위에는 록그룹 B’z의 두 멤버 마쓰모토 다카히로가 8억4천만엔(90억, 전체 72위), 이나바 고지가 5억4천만엔(62억)의 세금을 납부하며 상위에 올랐다.

부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준 만큼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 순위가 확실히 탈세방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는 연예인들도 TV방송 등에서 당당히 ‘절세를 위해 이런, 이런 일을 했다’는 발언을 거리낌없이 하곤 했다. 자선단체 후원이나 기부 등이 주로 그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생각하면 절세는 거의 정당방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탈세보다는 절세가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