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늘어진 고무줄처럼 무기력했다. 마감에 지쳐, 사람(사랑 말고)에 지쳐, 야금야금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시작은 지난 연말이었다. 급한 불을 끄겠답시고 ‘자기계발서’류의 단행본 알바에 뛰어들었다. 뭐 딱히 연말연시라고 먹고 마실 생각은 없었지만, 거리엔 캐럴이 울려퍼지지 사방팔방에 연인들투성이지… 세상은 나 모르게 황금기를 구가하는데다 회사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단 말이다. 그 와중에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말을 되뇌며 몇 주간 정말 잠도 안 자가며 알바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수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출판사 대표님 제 계좌번호 잃어버리셨나요? (훌쩍) 마이너스로 따지면 행복지수도 마이너스. 마감은 일상이 된 지 오래인데 마감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설상가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두통에 소화불량을 달고 다니게 만들었다. 회사 스트레스에 시달리니 영화와 잡지가 아닌 것들에서 행복을 구하게 되더라.
이런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준 사건(?)이 3월에 생겼다. 가장 먼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어디 나뿐이랴. ㅎㅎ 생각만 해도 즐겁다. 최종전이 열린 지난 3월24일. 팀장회의와 후배의 긴급호출로 뜨문뜨문 봤지만. 아침부터 하이라이트를 본 밤까지 설레고 두근대는 하루였다. 9회가 진행 중이던 때 명동에 도착한 나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환청을 들은 기분이었다.
두 번째. 692호 길티플레저 지면에 글을 쓴 금태섭 변호사와의 만남. 그의 ‘길티’한 즐거움을 엿보고 관심을 두던 차에 때마침 <한겨레21> 인터뷰 특강 소식이! 금 변호사의 <디케의 눈>을 예습(?)하고 특강을 들었다.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날지 모를 사건 사고를 풀어내는 그의 문장력에 또 한번 놀랐다. 알고 보니 사법고시 떨어지고 시나리오작가쪽으로 진로 수정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고. 사형제에 관한 특강은 논리정연한 그의 ‘말빨’과 반듯한 ‘외모빨’(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무시하시라)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영화배우 사인도 안 받아본 나지만) 책에 사인도 받아왔다. ㅋㅋ 그리고 특강을 진행한 배우 오지혜의 방청객과 강연자를 아우르는 진행 솜씨에 또 한번 감탄했다. 고맙다 혜뽕아. 책은 꼭 사줄게.
세 번째. 곧 4월이다. 야구의 시즌이 돌아온다. 이 선배님, 술자리에서 말한 4월4일 개막전 경기요, 잠실은 LG전이 아니라네요. 그리고 그날 인천은 김광현이랑 류현진이 선발이라는데요. 저는 인천으로 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