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강타할 블록버스터 10편.’ <씨네21>이 특집기사를 소개하기 위해 지난주 표지에 적은 문구다.‘블록버스터’가 여름을 ‘강타’한다는 이 표현은 사실 더할 수 없이 그 자신의 기원을 가리킨다. 두세 가지 기원설(다른 극장의 연극을 초토화할 만큼 압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연극을 지칭하는 것에서 생겼다는 설,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이 한 블록을 다 차지하고 줄을 길게 서는 현상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중에서도 블록버스터라는 용어가 2차대전 중 쓰인, 도시의 한 블록을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폭탄에 붙여졌던 별명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믿는다면 그렇다.
한편, 폴 비릴리오는 <전쟁과 영화>라는 독창적이고 탁월한 한권의 책에서 전쟁의 기술력과 지각력이 영화와 어떻게 관계 맺게 되었는지 쓰고 있다. 블록버스터와 관련한다면 스탠리 큐브릭(<씨네21>이 지난주 타계 10주년 관련 기사를 실었다)의 가장 우화적인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 장면에 관해 서술하는 대목이 가장 흥미롭다. 이 장면에서는 감미로운 음악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가 흐르고 공중에서 내려다보이는 폭발의 이미지들이 보인다. 폴 비릴리오는 이걸 두고 스탠리 큐브릭이 “(전쟁에 관한) 사실상 가장 위대한 리얼리즘을 작동시킨 것”이라며, 폭탄을 투하하는 조종사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군이 사용한 방법은 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여성들과 주파수를 나누는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즉, 아래에서는 폭탄으로 초토화가 되고 있어도 지금 그 조종사들을 안정시키는 건 황홀하고 아늑한 목소리다.
의아하게도 블록버스터의 기원설과 이 장면의 이미지와 폴 비릴리오의 해석이 겹칠 때 그의 문장은 최종적으로 ‘우리의 영화 관람에 관한 사실상 가장 위대한 리얼리즘’이라는 말로 자꾸 바뀌어 읽힌다. 무언가 강타당하는 순간 동시에 울려퍼지는 감미롭고 황홀한 어떤 베일로서의 이미지들. 블록버스터의 기원설과 폴 비릴리오의 <전쟁과 영화>와 그 안에 나오는 타계한 지 꼭 10년 된 스탠리 큐브릭의 전쟁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 장면과 올여름에도 우리가 맞이할 블록버스터의 어떤 ‘강타’사이에는 무언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말하자면 이것은 어울리지 않게도 봄날 막연하게(?) 피어난 블록버스터영화에 관한 나의 음모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