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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만만하게 이용하시라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09-04-07

세 번째 둥지 잡은 ‘오!재미동’의 권혁구 팀장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이 또 이사를 했다. 지난 2004년 충무로 역사 안에서 문을 연 오!재미동은 책, 비디오, 편집실, 극장 등을 갖춘 문화복합공간으로 지난해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영화 영상 테마파크 공사’에 따라 지상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당시 옮긴 장소가 협소하고 접근성이 취약한 탓에 또다시 이사를 한 것이다. 3번째 오!재미동이 위치한 곳은 충무로역 부근에 위치한 충무빌딩 2층이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이사는 아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충무로 역사의 공사가 완료되면 오!재미동은 다시 지하로 들어갈 예정이다. 새 공간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권혁구 팀장에게 오!재미동의 지상과제에 대해 들었다.

- 이사를 자주 다녀서 이용객이 헷갈려하지는 않나. = 많이 불편해한다. 차라리 공사가 빨리 돼서 공간이 안정됐으면 좋겠다. 2번씩이나 옮기니까 이용객이 많이 줄더라. 지금도 충무로역에 갔다가 최근까지 있었던 인성빌딩에 갔다가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용객이 줄다보니 우리가 하는 행사도 규모 면에서 작아진 게 사실이다.

- 장소를 옮긴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충무로 역사에 있던 오!재미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 그렇다. 지금도 인성빌딩보다 넓어서 좋기는 한데, 그래도 지하철 역사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하철 역사라는 장소도 장단점이 있다. 일단 환경이 좋지 않다. 그곳에 있으면 감기가 두달 넘게 간다. (웃음) 한번은 충무로역이 환경평가에서 공기질이 가장 안 좋은 역으로 꼽힌 적이 있었는데, 그 여파도 크더라. 한참 석면이 문제됐을 때도 이용객이 줄었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오셨다가 감기에 걸려 가시곤 했다.

- 공간을 옮기면서 어떤 점을 보완했나. = 일단 강의실과 시사실, 회의실을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지하에 있을 때는 소극장이 함께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공간이 축소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때는 아예 바닥에 장판을 깔아서 다락방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웃음) 지금은 그래도 교육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원활하게 진행할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 충무로 역사 공사는 언제 시작되나. = 모르겠다. 2005년부터 분기마다 한번씩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지난해에는 거창하게 선포식도 했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일단 여기서는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오!재미동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다. 여전히 이용객의 요구는 있다. 실제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는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도 있지 않나. 요즘은 꼭 단편영화를 만들겠다는 이용객 외에 여행을 가서 찍은 영상을 편집해 개인적인 기록물로 간직하려는 이용객도 종종 있다.

- 원래 오!재미동은 영화 외에도 미술, 음악, 연극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현재 오!재미동의 컨셉은 많이 변했을 것 같다. = 컨셉이 모호해진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장비를 늘려서 제작 중심으로 가보려 했지만, 지금은 약간 붕 떠 있다. 전체적인 컨셉을 잡아보자면 ‘쉼터’의 역할이 될 것 같다. 아카데미적인 프로그램은 미디액트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보다 아마추어적인 프로그램을 맡으면 될 것 같다.

- 오!재미동이 처음 생겼던 2004년에 비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졌다. 오!재미동의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 상업영화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 장비를 대여하려는 이용객 가운데 기존의 충무로 스탭들이 많아졌다. 일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들 독자적인 작업을 하려는 것 같더라. 하지만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러 오는 이용객은 적게나마 꾸준히 있다. 지난해 있던 곳에서 다락방 시스템으로 운영할 때는 다락방 영화제라는 것도 했었는데, 대부분 꽉 차곤 했다. 그래봤자 6명 정도였지만. (웃음) 삼삼오오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란 이미지는 여전히 간직한 것 같다.

- 현재 준비 중인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 일단 장비를 지원하는 제작지원 사업을 원래 분기당 1편에서 2편으로 늘릴 것이다. 예전에는 미디어네트워크라고 해서 우리가 직접 찾아가 영상제작교육을 하기도 했는데, 지원이 감축되면서 공간운영을 하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2명밖에 남지 않게 됐다. 그렇다보니 외부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대신 이용대상을 온·오프라인 동호회까지 포용해서 그들이 여기에서 모임을 갖거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다. 현재 공간적으로는 시네마테크 형태에 가깝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의 목적은 이용객에게 ‘만만해 보이는’ 것이다. (웃음) 굳이 영화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와서 쉬고 놀다 갈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