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미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이 전시를 보면 된다. 체코의 젊은 작가 아홉명의 작품 15점이 <체코 현대미술전>이란 이름 아래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고작 아홉명의 작품에서 동시대 동구권 문화를 읽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동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현대 미술상인 체코의 인드르지흐 할루페츠키상을 수상한 작가들이다. 체코의 미술 비평가이자 철학자였던 이의 이름을 빌려 제정된 할루페츠키상은 만 35살 이하의 작가들만 대상으로 하며 엄격한 선정기준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코가 올해 유럽연합(EU)의 의장국을 맡은 것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체코 미술, 나아가서는 동유럽 현대미술의 일정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현실을 시적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체코 예술의 오랜 전통이라면 체코의 젊은 작가들의 핏속에도 시적인 유머와 여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모양이다. 까마득한 높이의 봉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으면서도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다비드 체르니의 <매달린 사람>, 꽃무늬 파자마를 입은 채 두눈을 치켜뜨며 뒤를 돌아보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미할 페초우체크의 비디오 설치작품 <어린이방> 등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