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웃을 일이 참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크건 작건 나를 웃긴 농담 같은 대화들. <씨네21>을 읽을 정도의 지적 우아함을 가진 분이라면 함께 웃으실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절찬리에 판매 중인 <씨네21>의 인기 필자, 소설가 김중혁의 신간 <악기들의 도서관>이 나왔을 때 일이다. 후배 1과 나는 메신저로 신간 소식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1: 김중혁 작가 이번에 신간 나왔어요. 나: 그래? 책은 봤어? 1: 아직이요. 좀비 소설이래요. 나: 좀비 소설? 우와!(서둘러 인터넷 서점에서 ‘김중혁’으로 검색해본 뒤) 아닌데? 1: 맞는데? <악귀들의 도서관>….
(2) <비밀의 계절> 출간 즈음, 재출간된 책들에 대한 기획을 준비 중이라며 선배 둘둘치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둘둘치킨: 또 재출간된 책들은 어떤 게 있는 거야? 나: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 책들도 있어요. 둘둘치킨: 브… 누구라고? 나: 브라우티건요. <미국의 송어낚시>는 세번인가 나왔는데, 뭐. 둘둘치킨: <미국의 소녀낚시>? 그런 책이 있어?
(3) <씨네21> 기자들이 영화 관계자들과 밥을 먹었다. 대화는 흔히 그렇듯 “요즘 어떤 영화가 좋은가요?”로 이어졌다. 국가대표급 사오정 기자 P는 그 자리에서도 존재감을 빛냈다. 영화관계자 X: 요즘 <그르바비차>를 재미있게들 본 모양이에요. 기자 Y: 아, 정말 좋아요. P: (큰소리로) 굴밥이 취향이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