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감독 마이클 만 출연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채닝 테이텀 개봉예정 7월2일
“날 잡으려면 모든 은행을 24시간 감시해야 할걸.” 경찰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냉소를 던지는 이 남자. 1930년대 미국 동부 지역을 종횡무진했던 은행강도 존 딜린저다. 존 딜린저는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겪으며 암울했던 시기 경찰 당국을 공황에 빠뜨린 주인공이다. 입대했던 해군에서 탈영해 식품점을 털었고, 23살 나이에 인디애나주 주립교도소에 수감됐다.
혈기왕성한 20대를 10년 가까운 수감 시절로 소비해버린 탓인지 감옥에서 나온 그는 은행을 털었다. 4개월간 준비한 계획과 기술로 인디애나와 오하이오주의 5개 은행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존 딜린저는 보니 앤 클라이드, 마 바커 등과 함께 미국의 1930년대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악명 높은 범죄자였지만 단순한 악으로 취급해버리기엔 시대가 파놓은 함정이 너무 컸다. ‘퍼블릭 에너미 시기’라 불리는 1931년에서 1935년 사이는 미국 전역이 범죄 소굴이라 할 정도로 무법천지였다. 모든 신문들은 하루가 다르게 악질의 범죄 뉴스를 토해내기 바뻤고, 사람들은 범죄 뉴스 속에서 은근한 쾌감도 느꼈다. 무법자들의 별세계가 형성됐고 이들을 우상시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은행 카운터를 우아하게 뛰어넘는 존 딜린저의 모습엔 ‘잭래빗’(Jackrabbit)이란 별명도 붙었다. 마이클 만이 차기작으로 택한 영화 <퍼블릭 에너미>의 주인공 존 딜린저는 미국의 어둠에서 탄생한 ‘1930년대판 로빈 후드’다.
<퍼블릭 에너미>는 브라이언 버로가 쓴 논픽션 <Public Enemies: America’s Greateast Crime Wave and the Birth of the FBI>를 바탕으로 한다. 1930년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각각의 사건을 상세히 서술해간 이 책은 2004년 여름 출판과 함께 화제가 됐다. 마이클 만 감독은 2005년 무렵 책의 영화화 판권을 샀고, 2007년 로넌 베넷, 앤 비더만과 함께 각본을 쓰며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그 사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존 딜린저 역으로 잠깐 이름을 올렸다 내렸다.
영화는 존 딜린저와 그를 잡기 위한 FBI 수색반의 구도로 진행된다. 존 딜린저를 연기하는 건 조니 뎁이고, FBI 수색반의 리더 멜빈 퍼비스를 맡은 건 크리스천 베일이다. 존 딜린저가 처음 은행을 털기 시작했을 때부터 1933년 오하이오에서 체포됐을 때, 그리고 다시 인디애나와 위스콘신에서 은행을 털다 잡혀 크라운포인트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까지 영화는 존 딜린저의 종적과 이를 추적하는 멜빈 퍼비스를 따라간다. 그리고 이는 인물에 대한 탐구이자 시대에 대한 재현 위에서 이뤄진다.
마이클 만 감독은 존 딜린저의 기운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캐리비안 정도면 충분하다는 스탭들의 주장에도 굳이 <알리>를 아프리카에서 찍었던 그니 별로 놀랄 건 없지만 마이클 만은 1930년대의 건물이 비교적 많이 남은 위스콘신주를 주요 로케이션으로 삼았다. 존 딜린저와 FBI 사이의 가장 유명했던 총격전인 리틀 보헤미아 롯지에서의 장면은 바로 그 장소에 가 카메라를 돌렸고, 크라운포인트에서의 탈옥장면도 크라운포인트의 레이크 카운티 감옥에서 찍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총으로 열두명의 교도관을 따돌렸다는 그 명장면을 마이클 만의 완벽주의는 어떻게 구현할까. <퍼블릭 에너미>는 인물, 도시의 정서에 정통한 마이클 만이 그리는 1930년대 미국의 잿빛 스케치다.
UP/ 조니 뎁이 뛰고 크리스천 베일이 쫓는다. 이보다 더한 조합이 있을까. DOWN/ 공간도 잡고, 사람도 잡는다? <마이애미 바이스>와 <알리>가 있지만 두 마리 토끼가 그리 쉽게 잡히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