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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쇼퍼홀릭>의 레베카 블룸우드
김도훈 2009-04-01

쇼핑은 새로운 섹스!

-그래서? 쇼핑을 포기하셨다고요? =물론이에요. 영화를 보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전 이제 예전의 쇼핑광 레베카가 아니에요. 크레디트 카드는 모조리 체크 카드로 바꿨고요,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적금도 드는걸요.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흐음. 그럼 가지고 있던 옷이랑 백이랑 구두도 다 정리하신 거 맞나요? =그럼요. 카드빚을 갚기 위해 개인소장품을 모두 경매로 넘겼잖아요. 물론 저의 마스코트인 그린 스카프만 빼고요.

-흠. 정말? =어머 기자님. 영화 보셨으면 아실 거면서.

-근데 지금 입고 계신 거 그거 뭡니까? =아. 이건 말이죠. 그러니까. 흠.

-그거 발렌시아가 셔츠에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에 알렉산더 매퀸 팬츠잖아요. =이건 제가 산 게 아니에요. 영화 의상 디자이너인 패트리샤 필드에게 협찬받은 옷들이죠.

-협찬받은 옷이라고요? 공짜로 받은 의상이라면 당연히 영화사나 디자이너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에이. 왜 그러세요. 한국 연예인들은 협찬받은 수천만원짜리 시계도 그냥 차고 집에 가버린다던데요. 디자이너 샘플 의상 좀 받은 것 가지고 되게 까다로우시네요.

-아니 어디서 그런 말을…. =한국 패션지 에디터들이 배우랑 화보촬영하고 나면 죽을상을 쓴대요. 어떤 한국 배우들은 화보촬영한 옷이고 시계고 가방이고 다 들고 사라지는 걸로 아주 유명하던데. 이름이….

-아니 잠깐. 실명을 여기서 거론하면 안되죠.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들만 불쌍하죠. 쯔쯔. 어떤 배우들은 매니지먼트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협찬사에 돈을 물어준다는 이야기도 있더구먼요. 저 리스트도 있어요.

-더이상 고 이야기는 고만합시다요. 리스트는 이제 제발 그만! 다른 이야기 합시다. 요즘도 백만장자 훈남 편집장 루크씨와 계속 사귑니까? =물론이죠. 루크씨가 창간한 새로운 잡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걸요.

-대개 어떤 기사를 쓰시나요? =흠. 이런저런 기사요. 최근 몇달간 제일 인기있었던 칼럼은 ‘쇼핑 앤 더 시티’예요. 저를 포함한 네 뉴욕 여자들의 자유로운 쇼핑 경험과 자아성찰을 톡톡 튀는 문체로 표현한 칼럼이죠.

-엥. 그거 캐리 브래드쇼의 ‘섹스 앤 더 시티’ 칼럼에서 섹스를 빼고 쇼핑을 집어넣은 거잖아요. 그거 표절이라면 표절입니다. =오마주라고 해두죠.

-캐리 브래드쇼가 그런 오마주를 바랄지는 알 수 없군요. 다만 다행인 건 블룸우드양이 쓰신다는 그 칼럼이 브래드쇼양 것보다 재미가 없을 건 분명하다는 겁니다. =어머. 무슨 소리예요? 제 칼럼은 독보적이라고요.

-영화 보니까 블룸우드양의 진정한 특기는 글이 아니라 몸개그 같던데요. 이거 원 ‘칙릿 영화’ 열풍 업어가기도 아니고 말이죠. 넘어지고 싸우고 소리지르고 울고…. 제작자 크레딧에 제리 브룩하이머가 앉아 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흠. 하지만 제 칼럼은 분명히 캐리 브래드쇼의 칼럼보다 더 인기있어요. 브래드쇼가 그 칼럼을 쓴 건 아직 뉴욕이 20세기였을 때라고요. 지금은 21세기예요.

-그래서요? =‘쇼핑’은 새로운 ‘섹스’예요! 21세기 사람들에겐 쇼핑이 섹스보다 더 황홀한 오르가슴을 선사하거든요. 기자님은 그런 적 없어요? 눈앞에 보이는 진열장 속 가방이나 옷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좀비처럼 매장으로 걸어들어간 뒤 앞뒤 재지 않고 카드를 그어버린 경험 말이에요.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순간 말랑한 버터가 따뜻한 토스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행복감으로 가슴이 가득해지잖아요.

-글쎄요. 그게…. =말해요! 말해버려요! 인정해요!

-아아아아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에스프레소 위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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