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세상을 살찌운다. 소설도, 만화도, 영화도 동일한 출발지점, 그러니까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탄생하게 마련이다. 올해로 1회를 내디딘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은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 공모전이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와 살림출판사가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는 3월부터 8월까지 출판·만화·영화콘텐츠라는 3개 부문에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접수할 예정이다. 잠깐, 출판사와 영화 제작사가 함께 진행하는, 게다가 만화콘텐츠까지 껴안은 공모전이라니?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귀가 따갑도록 흘러나오는 지금,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이들은 어떤 사고의 소유자일까. 이번 공모전을 기획한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이원태 콘텐츠사업본부 본부장과 공모 작품 심사책임자이기도 한 소설가 김탁환을 만났다. 하필 3월24일 오후 2시경, WBC 결승전이 한창인, 심지어 살떨리는 9회 말로 치닫기 직전인 시각이었다. 아쉽긴 해도 준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은 야구대표팀처럼 그들도 이 행사가 풍성한 결과로 귀결되길 바랬다.
-어떤 의도로 기획한 행사인가. =이원태: 시작은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먼저였다. 우리 회사로선 두 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 영화계에 알려진 대로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6개월 이상 주춤했다. 영화를 접었다더라는 식의 소문도 났는데 내부적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 그 이후에 우리 살아 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두 번째, 지금 영화계가 침잠해 있잖나. 이럴 때 우리는 오히려 유능한 작가나 프로듀서, 감독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싶더라. 그리고 김탁환 작가와는 어릴 때부터 친구다. 마산이 고향인. (웃음) 원래 방송연출을 했는데 4년 전부터 김탁환 작가하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의 기획을 많이 하고 있다. 공모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김탁환 작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가다 보니 출판사들과 인연이 있지 않겠나. 마침 살림출판사하고 좋은 인연이 있었다. 사장님도 마산분이고. (웃음) =김탁환: 예전에 살림출판사에서 <상상>이라는 잡지를 냈다. ‘상상문학상’이라는 장편소설 공모도 했고. 내가 <상상>의 편집위원을 3, 4년 했거든. 출판사에서도 마침 작품 공모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렇게 덩치를 키워서 공모전을 만들면 붐업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제안하고 두달 안에 일사천리로 전개되더라.
-만화부문을 따로 뒀던데. =이원태: 만화는, 특히 영화쪽에서 봤을 때 일종의 콘티가 그려진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만화에 상을 주는 공모가 이상하게 없더라. 살림출판사쪽에서도 그런 의견에 동의했고. 만화콘텐츠는 프라임과 살림이 같이 심사하고 공유하는 영역이다.
-영화콘텐츠에는 시나리오와 함께 파일럿영상공모라는 분야도 있더라. =이원태: 방송사에서 작품을 기획하는 동안 영화를 하고 싶었다. 사표를 내고 나와서 시나리오랑 기획안을 들고 제작사 대표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괜찮네요, 이런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관련 자료들을 모아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걸 보여주니까 몇배나 센 강도의 반응이 돌아오더라고. 영상물로 설득하는 게 효과가 훨씬 좋다는 걸 몸으로 느낀 거다. 세부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파일럿영상들을 모아 CGV신도림에서 2주 정도 영상제를 열 계획이다.
-영화부문 수상작은 영화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 건가. =이원태: 당연하다. 상금은 정해져 있지만 상금 못 받은 작품들도 계속 계약해주고 싶고.
-출판부문에는 소설, 청소년소설, 동화 외에도 과학저술, 사회·문화비평이 포함된 게 독특하던데. =김탁환: 출판에서 교양 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 부분을 외국 필자들이 들어와서 메우고 있다. 우리 필자들이 과학교양이나 인문교양쪽에서도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데 정작 들어올 문이 없는 거다.
-황금펜촉상은 두 분야에 수여하는 상 이름인가. 김=많이 내라고 이름도 예쁘게 지었다. (웃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심사할 생각인가. =김탁환: 강한 이야기면 좋겠다. 사람들을 흔들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욕심이라면 영화쪽 작품이 출판쪽으로, 출판쪽 작품이 영화쪽으로 넘어가는 거다. 이 안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작품 자체도 분열된 사회를 연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원태: 단적으로 스토리텔링, 이야기성이 강한 소재들이 우선인 거다.
-그러니까 시야가 넓은 이야기를 말하는 건가. =김탁환: 보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이야기 말이다. 가령 이창동 감독의 <밀양>처럼 신과 인간의 문제에 대해 아주 깊게 들어간다든지. 그래야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이해하게 되거든.
-수상작은 올해 10월 발표인 건가. 김=9월 말 정도다. 해마다 그렇게 가려고.
-해마다 가는 건가. 이=아, 그럼. 두 회사가 약속을 한 거라 우리가 먼저 안 할래요, 할 수가 없게 됐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