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23일(월) 오후 2시 장소 CGV 왕십리
이 영화 일제시대 한 세도가의 자제 민수현이 사라진다. 무능한 종로서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은 민수현을 찾는 데 혈안이 되는데,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바로 그 민수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살인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한 그는 사설탐정 진호(황정민)를 찾아가 사건을 의뢰한다. 주로 불륜현장 급습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거액의 현상금을 보고는 사건에 뛰어들고, 서커스단의 단장(윤제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장과 영달 사이에 은밀한 커넥션이 있음을 알게 된다.
100자평
<그림자 살인>은 을사늑약과 경술국치 사이, 일제 통감부 정치가 행해지고 있던 절묘한 시대의 경성을 배경으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물이다. 영화의 배경은 극히 흥미롭다. 그간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이 시대에 대한 묘사가 <YMCA야구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과 근대가 뒤섞여 있고, 광무개혁과 외세침략이 여러 층위로 겹쳐져 기묘한 풍경을 이루고 있는 이 시대를 화면을 통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왜색풍의 서커스 공연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탐정물로서 영화의 만듦새는 아쉬운 편이다. 일단 미스터리의 구조가 좀 빈약하고 해결의 방식도 헐거워서, 스릴러로서는 심심한 느낌이다. 캐릭터의 매력도 충분히 구현된 것 같진 않다. 홈즈와 와트슨을 본뜬 것 같은 황정민과 류덕환의 순서쌍도 다소 작위적이지만, 여성발명가 순덕(엄지원)의 역할은 뭔가 냄새만 풍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녀의 발명품은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며, 그녀의 신여성으로의 변신은 너무 급작스럽다.) 그래도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시대극으로서의 재미를 눈여겨 보면서, 그동안 없었던 탐정물 시리즈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