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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엄마 도시락 같은 느낌
장영엽 2009-03-26

<The Great Hands: 손길의 흔적 전>/4월5일까지/갤러리현대/02-2287-3500

올해 3월 한국 미술계의 화두는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694호 지면을 통해 소개한 <헨리 불 컬렉션: 손으로 말하다 전>을 비롯해 ‘손’을 주제로 한 17명 작가의 대형 그룹전이 4월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The Great Hands: 손길의 흔적>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창작 도구로서의 작가의 손을 탐구하고 경외하는 전시다. 헨리 불의 컬렉션과 의도하는 바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대칭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흥미롭다. 불이 손이 처한 상황과 배경으로 창작의 과정을 유추하는 반면, 이번 전시는 노동의 흔적이 정직하게 드러난 작품들을 내걸어 손의 쓰임새를 강조한다.

다양한 크기의 삼각형 조각들을 일일이 한지로 감싸 빈틈없는 공간감을 연출해낸 전광영 작가의 작품, 비틀고 구부린 못들로 독특한 풍경을 만드는 이재효 작가의 작품, 싸리나무를 깎고 다듬는 심수구 작가와 돌을 직접 자르고 가공하고 색을 덧입히는 정광식 작가의 작품 등 예술가의 손때 묻은 작품 50여점이 공개된다. 의미와 해석이 우선하는 현대 미술계의 흐름이 식상해진 관객이라면 반가워할 만하다. 오랜만에 먹는 엄마 도시락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제공 갤러리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