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애니 레녹스란 이름은 70년대생들에게 작동하는 향수다. 유리스믹스를 떠나 솔로로 활동한 90년대의 그녀를 동시대적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앨범, ≪The Annie Lennox Collection≫이란 제목이 겨냥하는 대로 그때 그 시절의 감수성이 울컥, 역류하게 된다. ‘솔로 17년 만의 첫 베스트 콜렉션’이라는 홍보문구도 한몫한다.
그런데 그건, 일종의 오해다. 수록된 14곡 중 12곡은 이미 발표된 싱글이고 나머지 2곡은 새로운 커버곡이다. 애쉬의 <Shining Light>와 킨의 <Closer>(제목은 가사인 ‘Pattern of My Life’로 바뀌었다)인데, 이걸 듣노라면 그녀가 과거지향적인 이 앨범에 어떻게든 지금 여기의 동시대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귀에 먼저 들리는 건 <Little Bird>나 <Why> <A Whiter Shade Of Pale> <Love Song For A Vampire> 같은 곡들이지만 이 뜬금없는 커버곡 덕분에 애니 레녹스가 ‘현재진행형인 음악가’로 여겨진다. 향수와 비전에 대한 동시의 고민이야말로 그녀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