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너도 재미없어!’ 편을 읽다가 빵 터졌다. 이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만화 속 ‘조석’을 먼저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건 힘든 일이다.” 자기가 쓰는 글이나 만화와 비슷한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작품의 팬들은 작품을 샅샅이 읽고 작가의 모습을 작품에서 연장해 상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가 “만화보다 별로 재미있진 않으시네요”라는 말에 만화 속 조석은 생각한다. “닥쳐! 넌 얼굴이 재미없어!”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더 말할 것도 없는 히트 웹툰이다. 그래도 여전히 웃긴다. 끝을 예측할 수 있어도 어김없이 웃게 되는 컬투의 개그 같은 구석이 있다. ‘이런 얘기로 끝나겠군’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결국은 낄낄거리게 된다는 말이다. ‘의문의 애봉이(1)’는 초등학교 때 짝이었던 엉뚱한 친구 얘기다. “우린 짝이야. 영어로 ‘파더’지”라는 알 수 없는 정신세계의 소유자였던 애봉이의 집은 전주다. “잠깐 집 앞에 갈라고 레깅스 위에 반바지만 입고 나왔는데… 서울까지 와버렸지 뭐야!” 애봉이라는 이름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광속으로 스크롤하다 보면 본명 두고 왜 애봉이라고 불리는지 그의 실체가 조석 특유의 너무 선이 굵어 황당한 그림체로 툭 튀어나온다. 그림체만 보면 사나이 대장부인데, 읽다 보면 <순풍산부인과>의 표 간호사와 겹치는 소심한 장면들도 꽤 눈에 띈다. 이런 친구가 있으면 참 웃을 일 많겠다 싶다. 본인은 괴롭겠지만(‘사랑의 메시지’편 참조).
마지막으로, 알 만한 사람 다 아는 <마음의 소리>를 소개하게 만든 각성의 계기를 제공한 이야기는 ‘뉴 이어 슬로건’편. ‘지각하지 말자’나 ‘다이어트’같은 평범한 문구 속에서 우물쭈물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든, 그의 명쾌한 2008년 슬로건은 이렇다. “그러지 말자”(올해 슬로건 후보였던 “나 하나쯤이야”도 만만치 않은 포스다). 정말 ‘마음의 소리’ 아닌가? 새해가 밝을 때마다, 실수할 때마다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