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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를 오해하지 말라

≪별일 없이 산다≫/장기하와 얼굴들/ 붕가붕가레코드 발매

지난해 7월에 나는 <씨네21>에 장기하의 싱글을 소개했다. 그때는 장기하가 ‘장교주’라고 불리기 한참 전이었다. 그때 나는 이 의미심장한 싱글이 한장이라도 더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하는 2008년 한국 청춘의 대변자로까지 여겨진다. 그를 향한 팬덤과 음악(퍼포먼스)의 사회적 맥락을 유추하는 글들도 많아졌다. 어쩌면 그는 90년대 인디밴드의 대표주자로 황신혜밴드가 소비되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소환되는지도 모른다. 그가 구사하는 음악 스타일과 어법에 대해서 은유와 비유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었다. 그 모든 것 덕분에 장기하는 짧은 시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때문에 장기하가 오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앨범 ≪별일 없이 산다≫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런 오해들로부터 거리를 둬야 할 것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산울림과 송골매로 대변되는 70년대 그룹사운드의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홍대 앞에 새로 등장하는 밴드들의 많은 수가 그런 감수성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복고주의라고 부를 만한 이런 현상은 차라리 80년대에 태어난 고학력 문화수용자들의 지적 노스탤지어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90년대 말부터 형성된 한국 대중음악 담론의 핵심, 이른바 ‘한국 록 뿌리찾기’를 접한 세대들의 문화적 실천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별일 없이 산다≫를 평가하기 위해선 이 앨범에 반영된 산울림과 송골매의 흔적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별일 없이 산다>야말로 산울림과 송골매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곡들이다. <나와>와 <말하러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노래들은 그 흔적이 너무 직접적이라 오히려 습작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흥미로운 곡은 이미 EP로 공개된 <정말 없었는지>와 <느리게 걷자>, 그리고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정도다. 따라서 앨범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스타일의 재현이 아니라 그걸 통해 밴드가 겨누는 동시대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아마도 다음, 혹은 그 다음 앨범에서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장기하가 기이한 팬덤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하던 걸 계속 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꽤 흥미로운 결과를 보게 될 거란 예감은 있다. 앨범에 대해서라면, 일단 그 정도의 예감을 환기하는 데 그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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