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7일, 관할지역을 순찰 중이던 도쿄 완간서 소속 경찰관이 해안의 주차금지구역 내에 세워진 차량 한대를 발견했다. 운전자가 있음을 확인한 경찰관은 다가가 검문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운전석 곁에 있던 한 무더기의 건조 대마가 순찰자의 눈에 띄었다. 자신이 피울 목적으로 가져왔다고 순순히 인정한 운전자는 곧바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경찰당국은 그가 록밴드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의 전 기타리스트인 스즈키 시게루라고 발표했다.
일본 록뮤직의 효시 핫피엔도
핫피엔도는 과연 어떤 밴드였던가. 다소 거칠지만 60~70년대 일본의 주류 유행가였던 ‘가요’를 구약으로, 그리고 70년대부터 시작된 뉴 뮤직과 이후의 J-Pop에 이르는 새로운 흐름을 신약이라 명명해보자. 이 신약의 첫 페이지는 핫피엔도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서구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들조차 흔히 쓰지 않았던 복잡한 코드 진행, 오늘날의 모던 록사운드와 비교해도 세련미가 떨어지지 않는 악곡과 가사로 명실공히 일본의 록음악을 새롭게 정의했던 핫피엔도는 단 석장의 앨범을 발표한 뒤 해산하여 전설로 남았다.
이후 핫피엔도의 멤버들은 작곡자와 프로듀서로서 일본의 메이저 팝 사운드를 상향평준화시켰고(오다키 에이이치, 호소노 하루오미), 전자음악이라는 새로운 조류에서 범세계적인 족적을 남겼으며(YMO를 결성한 호소노 하루오미), 일본어 가사의 품격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등(작사가로서 역대 판매량 2위를 기록한 마쓰모토 다카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중음악 시장에 침투하여 모두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렇듯 다른 멤버들이 핫피엔도 이후 록 이외의 영역으로 눈을 돌린 데 반해 이번에 체포된 스즈키 시게루는 록뮤지션이자 기타리스트로서 자신의 자리를 줄곧 지켜왔다. 물론 그가 70~80년대에 발매한 솔로 앨범들도 모두가 걸작 반열에 올랐으며, 세션 기타리스트로서도 그의 슬라이드 주법과 핑거 피킹 테크닉은 가히 독보적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봄이여 오라>는 특히 기후나 계절감을 다수의 노랫말과 편곡에서 녹여온 핫피엔도의 음악 중 바로 이 무렵, 즉 초봄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이다. 이 노래는 그들의 데뷔 앨범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의 첫 번째 트랙인 까닭에 많은 이들이 ‘핫피엔도의 레코드를 처음 턴테이블에 올렸을 때 받았던 충격’을 묘사할 때 언급되는 곡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이 곡은 당시 뮤지션들 사이에서 벌어진 어떤 논쟁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었는데, 그 주제는 바로 ‘일본어 록이란 가능한가?’라는 것이었다.
1960년대 중반 ‘더 스파이더스’의 데뷔와 함께 일본에서도 록의 역사가 시작되었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 모양새는 가요의 록 편곡에 더 가까웠고 그때까지 많은 수의 록밴드들이 영어 가사로 곡을 발표하고 있었다. 서구 록뮤직의 악곡이나 리듬에 일본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당시 일본어 록 불가론의 선봉장이었던 뮤지션 우치다 유야는 “<봄이여 오라>도 자세히 들어보면 가사와 멜로디, 가사와 리듬간의 밸런스가 좋지 않다. 일본어와 록의 관계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 무렵까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핫피엔도의 일본어 가사를 내세워 공격한 셈이다. 그러나 ‘핫피엔도 논쟁’ 혹은 ‘일본어 록 논쟁’이라 불리며 70년경의 일본 음악계를 잠시 달구었던 이 갑론을박을 잠재운 것도 결국 핫피엔도였다. 1971년에 발표한 그들의 2집 앨범 <<바람 거리의 로망>>(風街ろまん)은 전작을 압도하는 완성도로 가사와 관련된 모든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체포 뒤 판매중지’ 새로운 논란
스즈키 시게루의 체포 이후 핫피엔도는 일본 현지에서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경찰이 체포 사실을 발표한 바로 그날 핫피엔도의 음반 판권을 가진 포니캐년과 킹레코드쪽에서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것이 발단이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아티스트의 음반에 대한 자체적인 판매중지 조치는 일본 음반업계의 관행과도 같은 것으로, 사기혐의로 피소된 고무로 데쓰야의 음반들도 같은 처분을 받았었다. 다만 이번에는 핫피엔도의 음반이 지닌 높은 음악사적 가치 때문에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음악에까지 죄를 물어야 하는가?’ ‘세션으로 참여한 음반은 괜찮고 밴드의 일원으로 참여한 음반은 판매중지라니,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반발의 요지다. 불미스러운 뉴스를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하여 음반을 더 팔아보겠다는 시도도 물론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함께 활동했던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연대 책임을 지우는 셈이 되어버린 이같은 조처 역시 과해 보이는 것도 사실. 핫피엔도 음반 판매중지를 계기로 이 부당한 관행은 과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까. 아직까지 핫피엔도 출신의 다른 멤버들은 이에 대해 말을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