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미니홈피가 있다면 일본에는 아메바가 있다. 아메바는 ‘사이버 에이전트’라는 유명 IT기업이 서비스하는 블로그 사이트의 이름이다. 아메바 블로그, 줄여서 종종 ‘아메브로’라고 불리는 이 사이트가 큰 인기를 얻는 것은 바로 ‘연예인 블로그’의 활성화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현재 뜨는 젊은 영화배우 나리미야 히로키, 에이쿠라 나나는 물론이고 가수이자 탤런트로 활약 중인 다이고, 언니 고다 구미와 함께 싱글을 발매해 화제를 모으는 고다 미소노 등 유명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들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일본의 스타 투수인 다르빗슈 유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에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자신의 블로그에 “콜드게임으로 이기다니, 너무 기쁘다. 모두가 함께 거둔 승리, 이제 남은 것은 1위”라는 소감을 직접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TV 뉴스나 신문 등에서 유명 연예인의 결혼이나 이혼 혹은 화제가 되는 소식들을 전할 때도 “본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는 문구가 종종 등장한다.
특히 아메바 블로그의 메인 홈페이지(http://ameblo.jp)에서는 주간, 월간, 연간 등 시기별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은 화제의 블로그를 순위별, 장르별로 소개해 더욱 접근도가 높다. 이 순위는 대체로 해당시기에 사건을 일으켰거나 무언가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2009년 3월 첫쨋주의 경우 여성 아이돌 그룹인 전 모닝구 무스메 멤버 쓰지 노조미(http://ameblo.jp/tsuji-nozomi)의 블로그가 1위를 차지했다. 쓰지 노조미는 2004년 같은 그룹의 멤버 가고 아이와 ‘W’라는 2인조 유닛을 결성해 큰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 아직 10대이던 고고 아이가 흡연을 하는 사진이 일본 주간지에 실리면서 함께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더욱이 2007년에는 20살의 어린 나이에 스기무라 다이요라는 배우와 속도위반 결혼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가십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09년 초 연예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젊은 엄마’의 이미지를 살려 유아복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등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쓰지 노조미의 블로그에는 방송국 촬영 중의 뒷모습, 남편의 생일 때 했던 요리, 아기와 함께 외출하는 모습 등 그야말로 일상적인 글과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사실 아메브로에서 인기를 얻는 연예인들의 블로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생생한 글을, 직접 쓰며, 솔직한 사진과 이야기들을 많이 올린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악플에 시달리긴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놓고 심한 악플을 다는 경우는 거의 없고(이런 사람들은 2ch라는 무명의 게시판 사이트로 가면 된다), 또 진솔하게 일상사를 전하는 연예인에게 대체로 호감을 나타낸다. 2008년 아메블로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했던 가미지 유스케(http://ameblo.jp/kamijiyusuke)의 블로그는 이런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전까지만 해도 유명인이 아니었던 가미지는 TV 퀴즈 방송에서 바보스러운 캐릭터가 대중에 어필해 결성된 ‘수치심’이라는 3인조 그룹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런데 TV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습과 반대되는 깊이있고, 솔직한 글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2008년 4월12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23만755명이 방문해 ‘전세계 개인 블로그 일일 최대 방문자’ 부문에서 기네스에 등재됐을 정도다. TV화면이나 스크린, 무대 등에서만 만나는, 어떤 의미에서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비로소 현실성을 가지는 사이버 공간의 힘은 일본에서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