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이선희는 탁월한 보컬리스트다. 발성과 감정, 기교와 성량 모두 독보적이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대중음악을 지배했다고 할 정도로 막강했다. <J에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감성적인 발라드부터 파워풀한 록까지 소화하며, 오직 노래만으로 거대한 무대와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가수였다.
이선희의 14집 ≪사랑아≫에는 10곡의 새 노래와 18곡의 라이브 곡이 실렸다. 사실 이선희의 본질은 라이브에 있었다. 특히 TV방송의 라이브야말로 그녀를 국민가수로 만든 주요인이었다. 이를테면 그녀는 방송사에 관현악단이 있던 시절, 그러니까 녹화와 편집 대신 생방송과 원테이크 녹음이 주류였던 시절의 아이콘이다. 그래서 새 앨범의 양분된 구성은 이선희에 대한 평가와 향수를 동시에 자극한다. 풍부한 성량과 발성은 여전하다. 간간이 들리는 박수소리도 정겹다. 30대 이상은 거의 반드시 추억에 빠지고 말 것이다. 물론 이 노래들이 그리 새롭진 않다. 그런데 뭐 어떤가. 다시 한번 말하자. 그녀는 노래만으로 이미 독보적이다. 그런 사람은 그저 변하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던 이선희야말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