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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손으로 말하는 예술
장영엽 2009-03-12

<헨리 불 컬렉션: 손으로 말하다 전>/5월24일까지/대림미술관

알프레드 스티클리츠, <골무를 낀 손>(1920)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수집가이다.”(괴테) 미국의 자선사업가 헨리 불은 괴테의 이 명언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던 미술품 컬렉터였다. 여느 수집가가 그렇듯 그는 아름답고 한정된 예술품을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었다. 1993년 10월,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골무를 낀 손>(Hands and Thimble)을 구입한 뒤 그는 변했다. 짐작건대, 헨리 불은 스티글리츠의 아내이자 여류화가였던 조지아 오키프의 사진 속 손을 유심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불현듯 오키프의 아름다운 그림이나 스티글리츠의 유려한 사진을 완성한 건 그들의 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후 헨리 불이 손을 주제로 한 작품만 모으는 ‘손 컬렉터’가 된 데에 그 이상의 이유를 추측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예술품을 넘어 작가의 창작 수단까지 소유하고 싶어서였을까. 참으로 컬렉터다운 생각이다.

<헨리 불 컬렉션: 손으로 말하다>는 아시아 최초로 헨리 불이 수집해온 손 사진 116점과 조각 31여점을 공개한다. 바버라 크루거, 리처드 아베든 등 104명의 사진과 루이스 부르주아, 피카소, 로댕 등 32명 조각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의 손을 찍어 <자화상>이라 명명한 앤디 워홀의 사진, 빵을 피카소의 손처럼 보이게 찍은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이 특히 흥미롭다.

사진제공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