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오 다다노리(74)는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제이팝(J-Pop) 아티스트다. 총천연색 컬러와 대담한 구도의 포스터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팝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요코오의 작품에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이 있다. 그가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1965년의 그룹전 <페르소나>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의 이름을 따 <요코오 다다노리>로 명명한 자전적 포스터는 욱일승천기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목을 매 숨진 어느 젊은이의 초상을 그린다. 젊은이의 머리 위로 후지산이 폭발하고 기관차가 달리는 가운데 그의 다리 밑에서 무심한 유서 한 구절이 발견된다. “29살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죽었다.” 요코오의 작품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젊은이로 교육받았으나 동시에 세계 제2위의 GNP 국가로서 유례없는 호황의 시대를 보낸 동세대 일본인의 아이러니와 혼란이 엿보인다. 본인은 늘 자신의 자전적인 고민을 작품에 담는다고 주장하지만, 관객과 언론이 그의 작품에 항상 열광했던 걸 보면 요코오는 시대의 고민을 읽을 줄 아는 남자였다. 혹은, 시대를 잘 타고난 남자였을 수도.
그런 그가 풍경화를 들고 찾아왔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4월12일까지 열리는 요코오 다다노리의 개인전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요코오의 ‘Y-Junction’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현대사회의 도시 풍경으로, 요코오 특유의 반자연적 색감이 돋보이는, 역시 범상치 않은 풍경화 작품들이다. 혹자는 팝 & 그래픽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진 요코오가 과연 회화에서도 성공할지 의구심을 품기도 하겠다. 그러나 사람은 늘 변화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전에 나는 실생활과 창조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생활이 중요하고 예술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 안에서 인간은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를 폐색시켜버리고 만다. 실생활의 우연한 스릴감을 느끼는 편이 오히려 예술성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세월과 함께 쌓이는 건 철학인 듯싶다. 인생을 알아버린 노인에게 ‘성공’이란 단어는 젊음과 혼돈의 동의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