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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꿈꾸는 소녀들의 파워풀한 무대
장미 2009-03-12

뮤지컬 <드림걸즈>/7월26일까지/샤롯데씨어터/출연 김승우, 오만석, 홍지민, 차지연, 정선아, 최민철, 김소향, 박은미

의상, 무대, 노래… 뭐든지 평균 이상 ★★★★ 오만석의 커티스를 추천하련다 ★★★★★

쇼비즈니스의 세계를 뮤지컬로 옮기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발상인가. 토니상에서 무려 6개 부문을 휩쓴 뮤지컬 <드림걸즈>에는 쇼맨십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눈이 돌아갈 만큼 화려한 무대와 번쩍이는 의상, 성공에 대한 갈망과 혹독한 좌절, 꺾이지 않은 의지, 언제나 지구상에 존재했던 꿈꾸는 자들을 향한 응원까지. 거기다 놀랍게도, 이건 ‘슈프림스’라는 실존 그룹에 기반한 이야기 아니던가. <드림걸즈>는 군침 도는 소재에 빛나는 재능을 얹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한마디로 흥겹고 세련되고 유머러스하다. 세계시장을 목표로 삼은 한·미합작 뉴 프로덕션 버전으로 한국 초연을 끝내면 미국 내셔널 투어와 브로드웨이 공연까지 계획 중이라는데, 과연 그럴 만하다.

제니퍼 허드슨이라는 파워풀한 목소리를 발굴한 동명영화 <드림걸즈>(2006)를 기억하는가. 빌 콘돈의 그 영화가 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으니 영화 관람자라면 60년대 흑인들의 끈적이는 감성을 따라가기 쉽겠다. 1962년. ‘드림메츠’라는 그룹을 결성한 세 소녀 에피, 디나, 로렌과 그들의 작곡가이자 에피의 동생인 C.C., 그러니까 시카고 출신의 촌뜨기 네명이 뉴욕 아폴로 극장을 찾는다. ‘아마추어 나이트’에서 우승하는 게 소녀들의 소박한 목표지만 걸출한 실력으로 매니저 커티스의 눈에 든 그들은 R&B 스타 얼리의 코러스걸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성공은 빨리 다가왔고, 그 맛은 달콤했다. 에피는 커티스와 사랑에 빠지고, 로렌은 얼리의 애인, C.C.는 그의 히트곡 제조기로 떠오른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성공의 문이 열리는 동시에 애틋했던 관계는 산산이 부서진다.걸출한 싱어 에피는 버림받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디나가 디바로 떠오르면서 첫 번째 막이 내린다. 2막에선 마지막 힘을 그러모은 이의 재기와 눈물겨운 화합이 기다릴 것이다. 드림메츠에서 출발한 ‘더 드림스’, 그녀들의 꿈같은 사연이다.

그렇다면 과연 흑인들의 정서, 그 끓어넘치는 하모니를 따라갈 자 있을까. R&B, 블루스, 로큰롤까지, 그 악마 같은 고음역의 노래를 소화할 자 누구인가. 완벽하다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있다. 적어도 이 공연엔 말이다. 에피 역의 홍지민은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관객을 몰아붙이고, 얼리 역의 최민철은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다. 디나 역의 정선아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공연 중 다른 생각에 잠길까 저어된다면 김승우보다 오만석의 커티스를 추천한다. 오만석이 이 역을 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느라 머릿속이 바쁠 테니. 뮤지컬적인 애티튜드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