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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2009 오스카가 놀란 줄타기 쇼, <맨 온 와이어>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2008년 감독 제임스 마시 상영시간 94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TS HD 5.1, DD 5.1 자막 영어 출시사 아이콘(영국, 블루레이 1장)

화질 ★★★★☆ 음질 ★★★★☆ 부록 ★★★★

1974년 8월6일, 필리페 프티와 그의 친구들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에 잠입한다. 그들은 밤을 새워 준비를 마쳤고, 이튿날, 프티는 북쪽과 남쪽 타워를 연결한 외줄 위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400m 상공에서 45분 동안 8번을 왕복한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쇼를 선보인다. 그것은 ‘세기의 예술적 범죄’로 불린 엄청난 사건이었으며, 열일곱 소년이 7년 가까이 준비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6년 전, 치과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던 프티는 뉴욕에 거대한 빌딩이 세워진다는 뉴스를 읽었다. 그 자리에서 잡지 한장을 뜯어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던 것이다.

<더 킹>의 감독으로 우리에게 먼저 소개된 제임스 마시는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얀 슈방크마이어에 관한 작품으로 시작한 그의 개성 넘치는 다큐멘터리 세계는 <맨 온 와이어>에 이르러 만개했다는 평을 들었고, 평론가들이 2008년의 영화로 손꼽은 <맨 온 와이어>는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의 쾌거를 이룬다. <맨 온 와이어>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스타일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재연의 한계를 넘을 수 없음을 알던 제임스 마시는 연기자의 재연, 실존 인물의 인터뷰, 기록영상, 사진 등을 결합해 한편의 대중영화를 완성해놓았다.

<맨 온 와이어>가 여느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스릴러, 드라마, 코미디, 카툰 애니메이션, 필름누아르의 요소가 고루 숨쉬기 때문이다(감독과 제작자는 프티의 회고록 <구름에 닿기 위해>에서 느낀 스릴을 재구성하듯 작업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좋지만, 일등공신은 실존 인물들이다. 어제 벌어진 일을 말하는 것처럼 풍부한 표정과 감성으로 그때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으며, 프티의 경우 장기를 살려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광의 순간 뒤에 벌어진 순수와 관계의 종말까지 포착하면서 <맨 온 와이어>는 진정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마이클 나이먼, 플리트우드 맥, 그리그, 사티의 음악도 영화의 미적 정조에 한몫한다.

1974년 8월,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동시에 장식한 건 두건의 범죄였다. 모든 미국인이 알고 있는 대통령이 남몰래 저지른 범죄로 권력에서 물러난 것과 반대로, 낯선 프랑스인 광대는 만천하에 공표한 범죄를 통해 꿈의 인물로 거듭난다. 프티는 “권위에 저항하고, 성공에 연연하지 않으며, 매 순간을 도전하며 살았다”고 술회한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또 하나, 30여년 전, 쌍둥이빌딩의 헌납식에서 연사로 나선 이는 그 건물이 ‘세계의 조화와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 그 직후 한 프랑스인은 ‘평화의 파괴’라는 죄목으로 체포됐고, 다시 수십년 뒤 ‘9·11 테러’가 세계의 평화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맨 온 와이어>는 이제 ‘9·11’로만 기억되는 옛 건물에 대해 또 다른 기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우화로 읽히는 건 그래서다.

영국에서 나온 <맨 온 와이어>의 블루레이는 다양한 영상으로 구성된 영화를 단아한 모양새에 담았다. 감독과 두 제작자의 음성해설은 기획, 인물, 역사, 음악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프티의 외줄타기 신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타워 사이를 걸었던 남자>(10분, 제이크 질렌홀이 내레이션을 맡았다)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그외에 프티가 시드니의 항구에서 벌인 퍼포먼스의 기록, 프티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지원되지만, 지역문제상 재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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