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내려온 설공찬의 신명나고도 귀기 어린 강령기 한판. 가족과 함께 유배길에 오른 충란은 아들 공찬을 잃고 실의에 잠겨 있다. 조정으로 복귀하라는 동생 충수와 오매당 부인의 설득에도 인생의 허무함을 깨친 그는 입을 열지 않는다. 한편 귀신이 된 공찬은 충격에 빠진 아버지를 위로하고자 이승에서 스무날을 보낼 기회를 얻어내 충수의 아들 공침의 육신에 들어선다. 마침 정익로 대감이 유람차 유배지에 출몰하리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애초 공찬의 영을 밀어내려던 충수는 자신의 기량으로 관직을 얻어내겠노라는 그의 제안에 마음을 바꾸어 함께 계략을 꾸민다. 정익로 대감이 그곳을 찾은 날. 권력 앞에 비굴한 이들을 보면서 현실의 부정(不正)에 눈뜬 공찬은 애초 계획과 달리 이참에 모든 금기를 깨버리겠다 결심한다.
연출가 이해제의 <설공찬전>이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이해제라면 <흉가에 볕들어라> <웃음의 대학> <쉐이프> 등 문제작들을 지휘하기로 유명한 이름. 원작인 고전소설 <설공찬전> 역시 부패한 세상을 꼬집는 날카로우면서도 해학적인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니 그 조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