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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의 니혼진] 다이고는 할아버지 이야기로 떴다?
정재혁 2009-03-04

2007년이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해였다면 2008년은 다케시타 노보루의 해?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연예 이야기다. 2008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일본 연예인 중 한명은 다이고(DAIGO)가 아닐까 싶다.

전 DAIGO☆STARDUST이자 현 3인조 록밴드 브레이커스(BREAKERS)의 보컬. 그리고 74대 총리인 다케시타 노보루의 외손자. 그는 바이크 장갑을 낀 양손을 엑스자로 엇갈리고 말끝마다 ‘윗슈’를 붙이며 2008년 온갖 오락 프로그램을 종횡했다. 2008년 7월 발표한 싱글 <서머 파티/라스트 이모션>은 생애 최초 발매 첫주 오리콘 차트 10위 안에 진입했고, <세계는 춤춘다> <Angelic Smile> 등은 각종 프로그램의 테마곡으로 삽입됐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1분기 드라마 <러브셔플>에도 출연해 다마키 히로시, 마쓰다 쇼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지부진했던 비주얼 로커로의 날들이 개그 능력을 겸비한 유쾌한 록스타로 화려하게 폈다. 약 5년 만이다.

한편으론 고이즈미 고타로도 연상시킨다. 역시 재미없는 배우였다 2006년과 2007년에 1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부상했던 고이즈미 고타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장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내각 지지율은 형편없었지만 그의 아들 고타로의 인기는 매일 상승했다. 사람들을 더 많은 궁금증을 안고 이들의 사생활을 궁금해했고, 다이고와 고이즈미의 기사에는 항상 총리의 이름이 섞여 있다. 지금 일본의 총리 가문은 정계보다 연예계에서 더 인기가 많다.

2008년 여름 청계광장 일대가 촛불로 뜨거웠을 때 한국에 사는 한 일본인 친구는 열기가 부럽다는 말을 했다. 하나의 사회적 문제에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했다. 모두가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본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그림이랬다. 정치적인 논리나 이념의 좌우를 떠나 그 친구에겐 도심이 터질 듯 몰려든 인파가 놀라운 풍경인 듯싶었다. 월드컵 축구 응원 땐 단순히 규모가 부러웠는데 쇠고기 문제를 보니 집합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더라. 이해가 됐다. 실제로 도쿄 거리에서 마주치는 집회 대열은 기껏해야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찰의 보호 아래 차선 하나 내에서 조용히 구호를 외치며 이동한다. 물론 그 나라에 쇠고기 문제가 터지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수년 전부터 일본의 언론들이 질타했던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질서정연한 대열의 모습과도 묘하게 조응한다.

TV에서 총리의 가문에 속한 이들이 선전하는 것도 일면 정치적 무관심의 덕이 아닐까 싶다. 관심이 없기에 그것은 그저 단순히 셀러브리티의 조건으로 보인다. 본인들도 그걸 일종의 캐릭터로 사용한다. 다이고는 장난처럼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더니 인생이 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란 단어 아래 온갖 이념이 지저분하게 섞이는 한국과 달리 일본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연예계에서 정치는 단순명료하다. 그냥 매력적인 연예인을 완성하는 하나의 무기가 된다. 단적으로 언젠가부터 송일국의 얼굴 뒤엔 김을동과 친박연대의 그림자가 떠오르는데, 다이고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셀러브리티의 윗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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