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는 말>은 지난 2월 내내 열도 전역에서 하루에도 수백번은 울려퍼졌을 일본의 대표적인 졸업 노래다. 발표 당시만 해도 이별을 소재로 한 연가에 불과했던 3인조 포크그룹 가이엔타이(海援隊)의 1979년도 싱글 <전하는 말>이 80년대 이후 졸업식장의 애창곡으로 널리 사랑받게 된 데는 석별의 정서를 따스하게 담아낸 곡 자체의 분위기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79년 첫 방영 뒤 2007년까지 총 8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일본의 학원드라마 <3학년 B반 긴파치 선생>(이하 <긴파치 선생>)의 주제가이기도 한 까닭이다.
역시 가이엔타이의 멤버인 다케다 데쓰야가 주인공 긴파치 선생 역을 맡은 이 장수 시리즈는 매 시리즈를 거치며 숱한 아이돌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긴파치 선생>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졌던 것은 학생과 교육 정책의 문제에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그중 1980년에 방영된 제2기 <긴파치 선생>은 시청자에게 역대 최고의 시리즈로 기억된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졸업식 전날 교장실에 난입하여 교장을 감금한 채 죄를 묻다 경찰에 연행된다는 스토리의 2기 마지막 회 에피소드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로도 집단 따돌림, 학원 폭력 등이 일본의 사회문제로 부상하던 때였으나 특히 <긴파치 선생>은 문제의 근원이 교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있다는 사실을 갈파했던 것이다.
<전하는 말>은 지난 회에 소개한 오자키 유타카의 ‘반 졸업송’ <졸업>과 언뜻 대척점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긴파치 선생>의 주제가인 이 노래는 오자키 유타카와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낸다. 일본의 대중음악평론가인 가와구치 미즈오 역시 ‘당시 중학생이었을 오자키 유타카도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긴파치 선생> 제2시리즈를 보지 않았을까?’라는 가정 아래 오자키의 <졸업>과 <긴파치 선생>이 담아냈던 10대의 분노와 관리교육 정책이 지배하는 학교 현장의 공기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새겨봐야 할 사실은 엄혹했던 일본의 80년대 학원가를 대표하는 관리교육의 요체가 오늘날 한국의 교육정책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지금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을 대변해줄 노래나 드라마조차 변변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