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20세기 소년> 제2장이 일본에서 공개되자 한국에서도 그 흥행 돌풍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일본 쇼와 시대의 노스탤지어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고루 갖춘 이 작품은 일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팬이 많아 보인다. 그러잖아도 우라사와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한·일 두 나라에서 큰 관심을 동시에 불러모은다.
우라사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마스터 키튼>이다. 그런데 <마스터 키튼>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일본에서 1500만부란 히트 작품인데도 사실상 절판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마스터 키튼>을 발간하는 출판사 쇼가쿠칸(소학관)이 공식적인 발표를 한 적은 없다. 다만 2004년 일본에서 최대부수 주간지인 <주간문춘>에 흥미로운 기사가 나와 있다. 이 작품의 원작자로 돼 있는 가쓰시카 호쿠세이와 우라사와에게 인세가 절반씩 지불되고 있었으나 <주간문춘>의 취재에 응한 우라사와에 따르면 가쓰시카가 제대로 일을 한 적은 없고 실질적으로는 편집을 담당하던 나가사키 다카시가 만화 줄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 가쓰시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 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증쇄 중지가 될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마스터 키튼>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또 원작자의 관계자들과 출판사가 복잡해진 것이 이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 만화계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만화계에서는 원작자가 따로 설정이 안돼 있어도 만화에 필요한 취재나 자료수집을 담당 편집자나 프리랜스 작가가 맡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이 실질적으로 만화의 줄거리까지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다수가 만화작가들과 의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종의 공동작업이다. ‘만화대국 일본’은 이런 담당 편집자들의 남모르는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일 합작 만화 <푸른 길>의 원작자 에도가와 게이시는 원래 쇼가쿠칸의 만화잡지 편집자였던 나가사키 다카시의 필명이다. <마스터 키튼> 사태로 그의 실력을 안 우라사와 나오키는 그를 오른손으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프리랜스 만화 원작자, 만화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그는 <20세기 소년> <플루토>를 비롯해 우라사와 작품의 줄거리 제작, 프로듀스 등에 크게 관여하며 크레딧에도 그의 이름이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