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미 대중음악의 새로운 흐름이라면 신시사이저를 앞세운 싱어송라이터들과 걸파워의 대두일 것이다. 라 룩스, 리틀 부츠, 레이디호크, 프랭크뮤직 등 신시사이저에 기반한 싱어송라이터들이 치고 올라오는 한편, 인디 록밴드부터 메인스트림의 팝가수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들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름부터 퀸의 히트곡 <Radio Ga-Ga>에서 따온 레이디 가가는 이 새로운 댄스뮤직 흐름에서 메인스트림쪽 변화에 해당하며, 새해 벽두부터 위세도 당당하게 싱글 <Just Dance>와 <Poker Face>가 미국과 호주, 유럽 차트를 점령했다.
마이클 잭슨과 신디 로퍼를 들으며 자란 뉴욕 출신의 레이디 가가는 그러나 데뷔앨범에서 80년대 음악에 대한 남다른 해석보다는 여러 전형들을 환기시킬 뿐이다. 80년대 음악을 바탕에 깔고, 비트에선 90년대 초 전세계를 유로팝 일색으로 물들였던 에이스 오브 베이스를, 그리고 다분히 캠피(campy)한 패션과 공연은 그 분야에선 따를 자가 없는 ‘여신’ 카일리 미노그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이 황당하리만치 거침없는 차용 뒤엔 이름난 프로듀서들의 노련한 손길이 새겨져 있다. 뇌리에 쏙 박히는 코러스만큼은 확실하게 뽑아내는 레이디 가가는 과연 마돈나와 아길레라의 뒤를 이어 새로운 일렉트로 팝 여신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