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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죽기 전 직업 4개 정도는 해봐야지”

SKY 핸드폰 자매품 시리즈와 자동차 ‘쏘울’ 광고 만든 김정아 이노션 CD

차를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왕이면 외제차를 사고 싶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첫째는 디자인 때문이다. 둥글둥글 원만원만한 국산차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리버보다 아이팟을 더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둘째, 광고 때문이다. 구매욕을 당기는 광고가 없더라. 내 차로 젊음을 과시하며 달리고 싶지도 않고, 내 차를 신분증으로 이용할 마음도 별로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랜저로 대답했다 벤츠로 화답받으면 어쩔 것이냔 말이지. 그러다 광고를 하나 봤다. 7.5초짜리 광고였다. 색색깔의 차가 바닐라 셰이크와 블루 스톤과 섞이고 휙휙 뒤집어지면서 ‘씽 어 쏘울!’이라고 노래했다. 짧았다. 간결했다. 발랄했다. 구매욕이 치솟았다. 이런 불황에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 광고는 대체 누구의 솜씨냐. 광고를 만든 자는 광고회사 이노션에 재직 중인 김정아 CD(Creative Director)라고 했다. SKY 핸드폰의 자매품 광고 시리즈도 이 여자 솜씨란다. 몸짱이 되고 싶은 남자 가짜 근육을 사라 하고, 쩍벌남이 싫은 여자 오므려집게를 사라 꼬이는 그 광고 말이다. 핸드폰은 그냥 자매품이라고 능청 떠는 용감한 광고라니. 광고계에도 작가주의란 게 있는 거였다.

-오늘 옷의 컨셉이 ‘소울’인가보다. 자동차 색깔이 모조리 들어 있네. =아. 그런가? 인생이 무미건조하다보니 옷이라도 즐겁게 입어보려고. (웃음)

-인터뷰 잡을 때 하루하루 스케줄이 바뀐다고 했는데, 불황인데도 많이 바쁜가보다. =우리 업이 원래 그렇다. 바쁜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 일은 완전 경쟁체제다. 원하는 파트너가 원하는 CD를 지목해서 일하는 시스템이니까. 나는 특히 좀 많이 하는 편이다. 또 광고업계는 불황이라고 해도 일이 줄지는 않는다.

-소울 광고는 불황시대의 광고는 아닌 것 같다. 불황에는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건 안전하지 않은 광고다. =불황이라고 꼭 판매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메시지를 쏴야 하는 건 아니다. 광고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 외에도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리에 심는 거니까. 그래서 오히려 불황에 광고 물량이 느는 것이기도 하다. 불황일수록 밝고 즐거운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기도 하고.

-소울 광고는 어떻게 담당하게 된 건가. =이노션이 현대에 소속된 하우스 에이전시이고 나는 기아 광고 담당이다. 소울 광고는 지난해 9월 말에 런칭했다. 주로 보시는 건 TV광고지만 나는 이 브랜드를 어떻게 시장에 포지셔닝할 것인가를 모두 담당한다.

-자동차 광고는 처음인가. =아니다. 오피러스, 스포티지, 로체 등의 광고를 해왔는데… 솔직히 자동차 광고는 아주 캠패이너블하게 하진 못한다. 특정 자동차마다 또 다른 특성들이 있으니까. 소울은 좀 특이한 상황이었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기아에서도 의미를 크게 부여하며 시작한 차라서 광고도 좀 많이 한 편이다.

-기아로서는 사활을 건 모델이기도 할 텐데, 다른 CD가 아닌 당신에게 이걸 맡긴 이유는 뭐였나. =그거야 나도 모르지. (웃음) 내가 SKY 핸드폰이나 현대해상 ‘하이-라이프’처럼 젊고 재기발랄한 광고들을 많이 했다. 내가 인생을 좀 심각하게 못 사는 사람이다. (웃음) 재미있는 게 좋다.

-아무리 그래도 대기업은 보수적이지 않나. 그리고 자동차를 사는 한국 소비자는 더 보수적이고. 내부적으로 광고 컨셉에 대한 마찰은 없었나. =어우. 많았다. 차 만드는 사람들이야 기술적인 부분과 세세한 공력들을 잘 아니까 자동차 중심의 어프로치를 해줬으면 한다. 소울은 영혼이라는 의미다. 운전자의 영혼까지 맞추어주는 맞춤형 차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 이름을 “도레미파~소울!”이라고 가볍게 표현하는 데 불만들이 좀 있었다. 하지만 최종 시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광고주가 좀 용기있게 사준 편이다. 아무리 우리가 발랄하고 신선한 광고를 제안해도 결국 광고주가 사줘야만 진행이 가능한 거 아니겠나.

-광고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1996년에 제일기획에 입사하면서.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왔다. 학창 시절에는 국어를 제일 못했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웃음) 여튼 광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졸업할 때가 되니까 먹고는 살아야 해서 광고 일을…. 사실 광고 일이 재미있더라.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입사했는데 지금 일하는 이노션에는 2006년에 옮겨왔다.

-96년에 카피라이터라. 그 직업이 막 만들어진 시기 아닌가. =그럴 리가. 내가 20기다.

-그런가. 96년이면 내가 대학 다닐 시절인데 그때 드라마에 카피라이터 주인공들이 막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카피라이터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게 딱 그때다. 처음엔 직업이 카피라이터라니까 뭘 하는 일인지 잘 모르더라고. (웃음)

-당시 히트한 카피는 뭐가 있나. =이거이거. 가수한테 너의 히트곡은 뭐냐. 이런 질문이잖아! (웃음) KTF의 ‘Have A Good Time’과 KT의 ‘life Is Wonderful’이 있겠네. 뭐 그런 언저리들이다.

-재미있는 건 바쁘게 광고쟁이로 살면서도 <세계일보>에 영화에 대한 글을 장기간 연재했던데. =글이라고 하진 마시라. (웃음) 그게 2005년에서 2006년 언저리였나. 기자분이 클리셰 같은 영화평 말고 좀더 저렴한 느낌의 글을 원했던 것 같다. 그냥 친구가 편하게 소개해주는 것 같은 영화평 있잖은가. 나야 영화 워낙 좋아하고 또 공짜로 영화 볼 수 있다는 말에 오케이했던 건데, 아주 재미있었다.

-대만영화 <영원한 여름>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외로움에 대한 표현이 절절하더라. =그때 내가 너무 힘들었다. 청춘사업이 좋지 못했던 때라서. (웃음)

-그래서였구나. 카피라이터나 광고쟁이의 글치고는 너무 촉촉하더라고. =그거 광고쟁이한테는 좋은 이야기 아니다. 내가 그때 너무 힘들었다니까. (웃음) 건조한 것도 많으니까 다른 것도 좀 찾아보시라.

-어떤 영화 좋아하나. =나는 관대한 편이다. 8천원 내고 뭘 더 바라겠는가. 영화가 나를 세상으로부터 2시간만 막아주면 그걸로 행복하다. 특별히 취향은 없다. 잡스럽게 보기 때문에.

-그래도 광고쟁이니까 특별히 끌리는 감독이 있을 거 아닌가. 비주얼리스트라든가. =광고쟁이들이 공히 좋아하는 미셸 공드리는 좋아하고. 리안도 좋아한다. 내 일과 비추어서 보면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남녀>부터 <색, 계>까지 매번 다른 장르와 다른 시도를 한다. 한 우물을 파는 게 아니다. 그렇게 자기 색깔 없이 매번 다른 장르를 탐구하는 것도 큰 일이다. <헐크>도 평이 좋진 않았지만 만들면서도 되게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기가 이전에 한 일을 부정하면서 다른 영역으로 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건 광고쟁이의 숙명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다른 브랜드와 장르를 다루어야 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영화는 누가 감독인지 알 수 있지만 광고는 그렇지 않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아하. 이건 누구 CD 작품이구먼’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물론 그것도 좋다. 하지만 내 광고는 내가 만든 건지 몰랐으면 좋겠다. 광고는 광고주의 돈으로 마케팅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를 향해 쏘는 거다. 물론 광고쟁이들도 자기 색깔 갖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나는 ‘저 사람이 이런 광고도 만들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하지만 당신은 색깔이 분명한 CD 중 한명이다. 또 그것 때문에 특정 광고주들이 특정한 광고를 맡기는 것이기도 하고. =문제다. (웃음) 근데 내 색깔이 또 의도적으로 나온 건 아니니까. 옷가게에 가면 계산대에 들고간 옷이 언제나 똑같더라. (웃음)

-김정아 CD의 색깔이 가장 유명해진 건 SKY 핸드폰 ‘자매품’ 광고부터였다. =욕도 많이 먹었다.

-재미있던데 왜? =SKY는 ‘SK텔레택’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몇 만대 이상 팔리면 안되는 브랜드였다. 그래서 카피도 “It’s Different”였다. 제품 하나하나가 독특했고 약간 마이너 정서였다. 그런데 합병이 풀리자 이제는 불륨 브랜드가 되어야 했다. 사실 SKY가 자기 분야에서는 LG, 삼성과 맞장 뜰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 아닌가. 이젠 많이 팔아야 하니 예전 마케팅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광고주는 더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로 다가갈 수 있는 광고를 원했고, 우리가 만든 ‘자매품’ 시리즈를 샀다. SKY는 독특한 광고주다. 리스크 테이킹을 즐기는 동시에 그게 SKY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예 제품 자체를 뒤로 빼버리는 광고는 어떻게 떠올린 건가. =사람들은 핸드폰 광고를 본 뒤 브랜드에 대한 의식만 가지고 매장으로 가서 폰을 고른다. 그러니 광고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말고 이걸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자 싶었다. 그래서 아예 폰을 가짜 상품의 자매품으로 광고해보자 싶었다. 일종의 페이크-광고다. 기존 광고들을 비틀거나 놀려먹는 걸 수도 있을 텐데… 덕분에 가짜 물건들을 1년 내내 고안해야 했다. (웃음)

-핸드폰 광고가 아닌 줄 아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나. =좋은 부분은 새롭다는 것, 그리고 자기 제품을 뒤로 뺄 만큼의 자신감이 보인다는 것. 단점은 이런 광고의 코드를 알아주는 건 헤비유저인 20, 30대라는 거다. 더 높은 나이대는 광고 자체를 이해 못하더라. 전화도 왔다. 오므려집게 이런 거 진짜 살 수 있냐고. (웃음) 왜 소비자들은 광고에 대한 기대치와 고정관념이 있잖나. 그래도 1년 정도 캠페인을 진행했고 판매량에도 기여한 바가 있었다.

-스타 기용 광고는 거의 만들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하다. =지금 시작할 SKY의 새 핸드폰 광고가 처음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마르코.

-스타는 아니다. =그렇긴 하지.

-왜. 스타 이미지를 이용하는 게 재미없나보다. =그건 아니다. 빅모델 역시 마케팅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광고주가 단기간에 이슈메이킹 하기를 원하면 나 역시 빅모델을 제안하고 쓸 거다. 근데 나는 빅모델만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건 좀 재미가 없더라. 그외에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며칠 전 피겨 스케이팅을 보니까 김연아 광고가 10개는 붙는 것 같더라. 물론 나름 상품가치가 있고 효과도 있을 거다. 하지만 빅모델 맞춤형 아이디어를 내는 걸 나는 좀 지양하는 편이다. 한국과 일본이 특히 빅모델을 선호하지.

-광고계의 빅모델 캐스팅에 대해서 영화계에서는 좀 불만이 많다.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내놓는 배우들이 광고계 덕분에 스타로 살아남아서 큰 개런티를 요구하니까. =그래도 분명히 광고효과는 있으니까 광고에 기용되는 거다. 그게 다 광고 제작비의 압박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빅모델을 한번 기용하면 TV광고뿐 아니라 매장광고 등등 여러 가지로 효용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 여튼 브랜드 담당자가 판단할 몫일 거다. 광고는 마케팅 솔루션을 내놓는 게 목적이니까. 다만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빅모델 광고는 좀 쉽게 업어간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도 종종…‘빅뱅을 쓰면 여자애들이 다 혹할 텐데. 왜 우리는 저런 거 못하냐고!’ 그러기는 한다. (웃음)

-빅뱅. 기용하고 싶지 않나. =근데 지금 싸이언 광고에 나오고 있어서…. (웃음)

-요즘 광고회사가 대기업의 인하우스 체제로 많이 바뀌었다. 아니 인하우스 회사들이 주도세력이 됐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일단 삼성차나 현대차는 마케팅 비용이 막대하며 시일도 촉박한 경우가 많다.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남의 손 빌리기보다는 자기 일을 제일 잘 아는 회사와 호흡을 맞추는 게 광고주로서도 안심이 되는 거다. 그리고 하우스 광고회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결재하는 사람은 또 한국 사람이다. 그러나 둘 사이를 이해하고 조정하려면 아무래도 집안 사정을 알아야 한다. 물론 광고쟁이들은 독립회사가 많을수록 크리에이티브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편도 있지만, 하우스 체제로 가면 고용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더 마음 편하게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인하우스라서 크리에이티브에 제한받는 부분은 없는가. =없다. 왜냐하면 요즘은 사내에서도 경쟁을 엄청나게 시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하나를 두고 사내 비딩도 하고 경쟁 PT(프레젠테이션)도 시키고. 요즘은 광고주들이 광고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쓴다. 하우스라 주는 거 다 받아먹는 구조는 아니다.

-내부 경쟁이 그렇게나 심하면 정말 전투적인 환경이겠다. =추세다. 이 업의 기본적인 속성 아니겠나. 경쟁을 하면 틀림없이 더 좋은 게 나오니까.

-내부에서는 경쟁해야 해, 시장은 빠르게 바뀌지, 새로운 트렌드에 금방 적응해야 하지, 그러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도 확립해야 하지. 은근 무서운 직업이다. =사실은 별거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 뭐. 다만 광고회사는 그게 좀더 도드라지게 드러나보일 따름이다. 개인적인 능력이 바로바로 까발려지는데다가 결과물에 대한 호오도 금방 나오니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선한 두뇌들도 있잖아. 요즘 새로 입사하는 광고쟁이 후배들은 어떤가. =인턴 면접도 내가 종종 보고, 또 지난주에는 칸광고제 영 라이언(편집자: 80년생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이 현지에서 24시간 광고를 만들어 경쟁하는 부문) 선발 공모전 심사도 했다. 근데 아쉽더라. 우리 때도 광고회사가 인기는 있었지만 중고생 때부터 ‘나는 광고회사에 갈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잡스러운 영역에서 있다가 회사에 들어오니 잡스러운 경험으로부터 재미있는 광고가 나온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미리 꿈을 정해놓고 광고만 죽도록 들여다보고 공부하다보니 광고의 공식에 딱 메뉴얼화된 생각만 나온다. 신입사원을 채점하다 보면 튀는 아이디어는 보기 힘들다.

-요즘 취업 상황이 이러니 또 어쩔 수 없는 일일 듯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경험치가 대단하다. 4년간 미친 듯이 모아둔 자격증도 많고. 근데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라 광고회사 입사에 유리한 스펙만 수집해온 것 같아 속상하다. 요새는 면접도 합숙훈련을 한다더라. 면접 다음날 한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내가 했던 질문을 모조리 올려놨더라. 허걱했다. (웃음) 문제는 필기시험이다. 크리에이티브함을 말로 때우는 것과 필기를 통해 생각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건 다른 문제다. 근데 면접에서 잘한 친구들도 필기에서는 정말 천편일률적인 답을 내놓는다. 옛날 광고회사는 괴짜가 많이 모이는 장소였는데 요새는… 훌륭한 친구들은 많지만 ‘얘랑 광고하면 재미있겠다!’ 싶은 애들은 부족하다.

-광고를 만들다보면 영화쪽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궁금하다. 하고 싶다. 죽기 전에 직업 4개 정도는 해보고 싶거든. (웃음) 사실 많은 광고쟁이들은 영화 욕심이 있다. 15초로 만족 못한다. 2시간 하고 싶어진다. 마케팅 문제에서 벗어나서 자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영화잖아. 욕심난다. 그런데 나는 영화 만드는 일보다는 사고파는 일을 하고 싶다.

-엥? 뭔 말인가. (웃음) =많은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만드는 일은… 잘 모르겠다. 나는 세상에 내고 싶은 목소리는 없다. 늘그막에 혹시나 하나 만들 수 있을지도. (웃음)

-그런데 광고가 CD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아주 못 담는 건 또 아니지 않나. =물론 그렇지. 세상을 향해 쏘는 마케팅 메시지도 결국 개인적인 동기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내 경험이 광고로 나올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좋아하는 특정 오브제가 광고에 계속 등장할 수도 있고. 광고란 것도 개인적인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거다.

-말하는 걸 듣고 있으니 딱 천직이다 싶다. =자식이 한다면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릴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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