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간행돼 지난해 말까지 세 작품이 발표된 사사키 조의 소설 ‘홋카이도 경찰 시리즈’는 누계 50만부를 넘는 중견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시리즈 첫 작품 <웃는 경관>의 영화제작이 진행 중이며, 가을에 공개될 예정이다. 내용은 정의감에 넘치는 일선 형사들이 경찰조직의 부패에 맞서 대결한다는 오락적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의 밑바탕에는 경찰간부의 수사자금 착복과 거기서 파생한 ‘이나바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이 깔려 있다. 일본에서는 경찰관들이 조직적으로 영수증을 위조해 수사자금을 뒷돈으로 만든 뒤, 그것을 간부들이 유용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2년에 발각된 홋카이도 경찰본부 사상 최대의 스캔들인 ‘이나바 사건’ 역시 원인은 거기에 있었다. 당시 총기적발팀 간부였던 이나바 경부는 암사회의 수사 협력자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잠복수사를 구실로 각성제 거래에 착수, 거기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완전히 암사회에 삼켜져버렸다. 이나바의 수사 특권에 비호된 범죄그룹은 한때 러시아 마피아와 야쿠자의 밀수 거래를 중개하는 주된 세력으로서 군림했다고 전해진다. 해외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스키 리조트로 알려진 홋카이도지만, 암흑사의 뿌리는 냉전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보당국은 홋카이도의 어선단에 구소련의 군사정보 수집에 대한 협력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시베리아에서 홋카이도에로의 해산물 밀수를 묵인했다.
냉전 후반, 군사기술이 발달하면서 어선을 통한 정보수집의 필요성이 낮아지자 당국의 비호를 떠난 밀수 이권은 야쿠자에 넘어갔으며, 소련의 붕괴를 맞으면서 러시아 마피아가 그들의 파트너로 등장했다. 한국 독자들이라면 2003년 4월17일, 극동 러시아의 유력한 마피아 보스였던 바시리 나우모푸가 부산 시내에서 암살된 사건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우모푸는 피살되기 한달 전에 슬로베니아의 위조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암약했다.
소설 <홋카이도 경찰 시리즈>에는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는 물론, 북한 공작기관도 언급되어 있다. 영화 <웃는 경관>은 원작보다 더 오락성이 강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토리의 배경을 알고 보면 환상의 설경 밑에 숨겨진 암흑의 일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