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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up] ‘1억권 전설’의 만화들을 만나보자

한 일본인 친구에게 “일본이 세계 강국 중 하나로 성장한 데는 망가와 오타쿠의 힘이 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일본말로 망가, 오타쿠는 쉬운 말로 ‘만화, 마니아’ 정도로 치환된다. 물론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순히 ‘망가, 오타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 그 이상을 상상케 하는 스토리들의 기저에 깔린 철학, 그 어떤 상상력도 허(許)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것을 ‘현물’(만화책 혹은 애니메이션, 영화 때로는 현실)로 재현해내는 장인정신, 판매량으로 뒷받침하는 시장구조 같은 어려운 얘기도 무리겠지만. (웃음) 망가를 생산해내는, 아니 사랑해내는 일본 사람들의 열정은 정말로 ‘초월적’이다. 자신들이 원작을 만들어낸 <꽃보다 남자>가 아시아 시장에서 재생산되고, 유통되고, 문화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도록 하고, 심지어 그 재생산된 결과물(대만판, 한국판)들을 ‘역수입’까지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펜과 종이로 이뤄지는 단행본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1억부 이상 클럽’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바이블 격의 만화들이 있다. 현재는 <드래곤볼> <코난> <슬램덩크> <도라에몽> <북두의 권> <고르고 13> <원피스> 등의 시리즈가 이 랭킹의 상위권에 속해 있다. 망가를 사랑하는 일본이라고 해도 실제 ‘1억부 돌파’는 의미가 크다.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1억부 신화’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슬램덩크>. 2004년 8월, <슬램덩크>의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자비를 들어 1억부 판매 돌파에 대한 감사광고를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의 주요 6개 일간지에 전면광고 형태로 실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팬들에게 직접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 이 신문광고를 내기 위해 광고비용만 자그마치 16억원 가까이 소요됐다고 한다.

발행시기를 감안하면 비교적 최신작에 속하는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판매부수는 더 높다. ‘1억부 이상 클럽’의 작품 중 가장 최근작인 <원피스>는 지금까지 대략 1억5천만권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지금’ 일본에서 제일 잘나가는 만화는 <나루토> 45권. 2009년 2월 한달간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망가의 팬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만화’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많이 팔리는 만화보다 얼마나 더 많은, 얼마나 더 다양한 종류의 만화를 볼 수 있는가 하는 그들의 엄청난 욕망이 실제 망가의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