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면 졸업을 테마로 한 새로운 노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평소에는 잊혀졌던 노래들이 상기되고 다시 불리기도 한다. 우리에겐 포지션이 부른 <I Love You>의 원작자로 알려진 오자키 유타카(尾崎豊)의 1985년작 <졸업>도 ‘다시 듣고 싶은 졸업 노래’ 등의 설문조사에서 언제나 상위에 랭크되는 곡이다.
하지만 오자키의 <졸업>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듯 ‘학창 시절의 회고와 새 출발의 결의’를 담은 일반적인 졸업 노래들과 완벽히 궤를 달리한다. 오히려 반(反)졸업송에 가깝다고 할까. 피아노가 이끄는 서정적인 전주와 차분한 보컬이 이어지는 전반부까지의 정조는 여타의 졸업 노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후렴으로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응축된 분노의 가사들이 오자키의 열창과 함께 폭발한다. ‘밤에 교실 창문을 부수고 도망쳤다’, ‘필요한 것은 힘뿐이라 우직하게 믿으며 복종하면 지는 거라고 자위했다’, ‘선생, 당신은 약한 어른의 대변자인가’, ‘우리의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만 하는가’.
이 노래는 발표와 함께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는데, 가사에서처럼 밤에 교실 창문을 부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대중음악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약한 어른’들의 핑계일 뿐이었다. 이른바 관리교육이라 불리는 사관학교식 교육정책이 정점에 달했던 80년대 초반에는 학생들이 학교의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오자키 유타카는 단지 그들의 억눌린 정서를 대변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졸업>이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오자키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스스로의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낸 진정성 때문이었다. 실제로 1984년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오자키는 학교를 다녔다면 자신의 졸업식이 치러졌을 1985년 2월에 맞추어 이 곡을 발표했다. 또한 가사 중 ‘몇번이나 자기 자신을 졸업해야만 진정한 자신에 이를 수 있는가/ 조작된 자유/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발버둥친 날들도 끝이다/ 이 지배로부터 졸업’ 부분은 오자키가 줄곧 전심으로 고민했던 화두이기도 했다. 유독 가사에 ‘도달하다’라는 동사를 원망형으로 많이 써왔던 오자키는 그러나,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자유와 사랑의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채 1992년 27살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