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store Cowboy 1989년,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딜런 <HBO> 11월23일(금) 밤 10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 애인? 돈? 이들에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약에 취하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 영화에서 청춘은 약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가족에게 돈을 훔치는 것은 물론이고 남의 물건까지 훔친다. 범죄라기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갖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밥 일행은 모텔 등을 전전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한다. 가족도 밥 등을 외면한 지 오래다. 여기저기 떠도는 목적은 마약을 얻기 위한 것. 약국을 전전하면서 약을 훔친 이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약들은 남에게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 시간이 남을 때 밥 일행이 하는 일이라곤 약에 취해 있거나 TV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것. 밥에겐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 혹은 섹스보다는 약에 더 관심이 많다. 피차일반. 약방을 털면서 밥과 친구들은 가족애를 갖기 시작한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는 구스 반 산트 감독에게 주목받는 ‘작가’의 호칭을 부여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1989년작인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권 평단에서 호평을 얻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에게 ‘시네아스트’라는 영광스런 호칭을 붙였고 이후 그는 <아이다호> 등 미국사회에서 소외받는 아웃사이더들에 관한 영화를 연이어 만들었다.산트 감독은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에서 16mm와 35mm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자유롭게 찍었다. 영화에선 마약에 취한 인물의 ‘시점숏’이 등장하곤 하는데 일종의 황홀경처럼 그려진다. 맷 딜런이 연기한 밥은 “우리는 쉽게 위험한 행동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고 위험한 일을 좋아하니까”라고 말한다. 위험하면서 현실 도피적이지만 순수한 청춘의 얼굴이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는 1960년대 미국의 히피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작업이기도 하다. 영화엔 소설가이자 비트세대의 대변자로 군림했던 윌리엄 버로즈가 카메오로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는 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