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오락 프로그램이죠.” 지난 11월 초부터 새로 시작한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로그램 성격을 이처럼 똑 부러지게 단정했다. 주말 밤에 방송되고, 신동엽 이경규 김용만 유재석 박경림 등 한창 잘 나간다는 개그맨 다섯명이 진행을 맡는다면 전형적인 오락 프로그램일 텐데 굳이 애써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느낌표!>의 외양은 그동안 봐온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튜디오 촬영은 각 코너를 이어주거나 완급을 조절하는 양념 구실만 하고, 중요 내용은 모두 야외 ENG 구성으로 진행된다. 각 코너의 구성도 별로 새로운 것은 없다. 코너를 책임지는 개그맨의 탁월한 순발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이미 버라이어티 쇼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굳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친숙한 외연과는 달리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무척 특이하다.
<느낌표!>는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사회적 캠페인의 오락화’이다. 개그맨 두 사람이 나와 천연덕스럽게 책을 읽자고 외치면서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며 권장도서를 추천하는가 하면, 사회의 대표적인 원로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인생 강의를 한다. 서울 시내에서 너구리를 찾겠다고 양재천에서 밤새 텐트 치고 기다리고, 신동엽이 진행하는 코너에서는 아예 고등학생들을 위해 50인분의 아침밥을 지어 새벽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는다.
오락 프로그램이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쇼 프로그램에서 헌혈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가수나 개그맨들에게 ‘묘기대행진’류의 재주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들도 대외적으로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공익성은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기보다 형식의 다양성을 꾸미는 구색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는 초등학생들도 웃을 당연한 명제를 외치는 <느낌표!>는 파격을 넘어 쇼 프로그램의 이단에 가깝다. “방송에서 재미의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공익 캠페인도 만들기 따라서 얼마든지 코미디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칭찬합시다>와 에서 새로운 형식의 오락 프로그램을 시도했던 김영희 PD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1월10일 첫 방송을 한 <느낌표!>의 모습은 이런 연출자의 포부와는 달리 아직은 진행형의 미완성이다. 쇼 프로그램으로는 파격적인 편당 1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인원을 투입했지만, 코너에 따라 완성도가 고르지 못하고 어떤 코너는 의욕만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완성도란 그들이 표방하는 공익적 메시지의 당위성이 아닌 그것을 포장하는 오락적 재미의 숙성도이다.
사실 공익적 메시지는 얼마든지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책을 읽고, 청소년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인생의 질곡을 경험한 대선배의 경험담을 경청하자는 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것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연출자가 단언했던 것처럼 <느낌표!>의 본질이 오락 프로그램이라면 공익적 메시지의 무게에 눌려 오락적 특성이 일그러지는 우는 없어야 한다. 남의 불행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깨치면서 느끼는 재미라면 결코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아직 <느낌표!>에서는 그런 ‘건강한 웃음’의 지혜를 완벽히 찾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심지어 어떤 코너에서는 우리는 이처럼 유익한 프로그램을 한다는 허세마저 느껴진다. 서울 안의 야생동물을 찾는다며 수선스럽게 헬기까지 동원해 요란을 떠는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환경보호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그런 수선스런 준비가 아니더라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제작진 30여명이 너구리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조명을 대낮같이 밝히고 요란스레 돌아다니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느낌표!>의 현재 모습은 ‘절반의 성공’이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시도하기에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지만 그 반대선상에는 ‘절반의 실패’가 존재한다. 성공에 대한 조급함, 내실보다 대외적인 위세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 시청률이라는 성적표의 부담 등…. 이런 요소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여부가 <느낌표!>의 행보를 결정할 것이다. 김재범/ 스포츠투데이 기자 oldfield@sport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