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생, 그러니까 삼십대 초반 렌카의 솔로 데뷔앨범은 ‘나이에 안 맞게’ 깜찍하다. 캐치한 사운드로 충만한 캔디팝의 전형이라서 ‘철없는 여자’가 어쩌고 할 만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다. 호주에서 8살에 연예계에 데뷔했고 20대에는 익스페리멘털 록밴드 디코더 링의 보컬로도 활동했던 경력 때문이다. 과연 귀에 꽂히는 멜로디로 인생의 쓴맛을 노래하는 <The Show>와 잔인한 세상에서 어른 되기의 고단함을 그린 <Anything I’m Not>은 예쁜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소녀의 목소리’는 전략이다. 나약하고 의존적인 소녀의 이미지로 ‘웃기지 마셔, 인생이 뭔지 좀 아니까’라고 노래한다. 그래서 어떤 소녀들은 이 ‘언니’로부터 세상의 다른 쪽을 엿보고, 운이 좋다면 좀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