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 아트를 찾아서> 2월2일∼5월15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www.klimtkorea.co.kr 02-334-4254
우리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만큼이나 그들의 얼굴을 잘 안다. 고흐나 렘브란트처럼 모델을 쓸 돈이 없어 자기 자신을 그렸던 이들에게 자화상은 화가의 비극적인 환경을 대변하는 증거였지만, 그들의 작품을 넘어 삶까지 엿보고 싶어 하는 21세기의 대중에겐 화가의 자화상은 무엇보다 중요한 참고자료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생전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그린 적이 없었다. 다른 예술가들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감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모델을 비롯해 수많은 부잣집 아가씨들과 염문을 뿌렸으나 클림트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가 누구였는지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으며, 결국 그는 어머니와 누나가 함께 살던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러므로 구스타프 클림트를 알고 싶다면 화려한 색채와 황금빛으로 치장한 그의 그림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림이야말로 개인으로서의 클림트를 비춰주는 거울이므로.
그림이 예술가의 거울이라면, 2월2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 아트를 찾아서>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반영하는 가장 충실한 거울이 될 것이다.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벨베데레 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11개국 20여개 미술관이 작품 대여에 참여한 이 전시회는 <유디트Ⅰ> <아담과 이브> 등 클림트의 대표작 110여점을 공개한다. 세계 최대 규모이며 아시아 최초이자 마지막 전시(벨베데레 미술관은 이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작품 관리를 위해 더이상 외국 전시를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라는 점, 클림트 연구의 권위자 제인 켈리어와 벨베데레 미술관의 부관장인 알프레드 바이딩거가 직접 큐레이터로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필견(必見)을 권할 만한 전시회다. 전시를 기획한 두명의 큐레이터가 직접 도슨트(가이드)를 하는 스페셜 전시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클림트 특유의 에로틱한 드로잉과 독특한 느낌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토털아트 섹션을 특히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회화와 건축을 함께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클림트는 같은 뜻을 가진 진보적 작가들을 모아 ‘비엔나 분리파’를 결성했으며, 토털아트라는 개념을 정립해 미학과 실용의 융합을 추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고민의 결과물인 <베토벤 프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1902년 21명의 예술가들이 ‘베토벤’이란 주제 아래 건축, 회화, 공예, 음악 등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 당시 클림트가 출품했던 작품이 바로 <베토벤 프리즈>다.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 이 황금빛 벽화는 ‘예술을 통해 현대인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