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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식당 주방이 넘 널널하잖아
박찬일 2009-02-04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극영화에도 리얼한 묘사가 나오면 허리가 꼿꼿해진다. <음식남녀>의 그 엄청나고 압도적인 주방을 광각으로 멋지게 훑던 카메라처럼 말이다. <사랑의 레시피>는 좀 다른 각도로 리얼리티를 살린다. 주방장 캐서린 제타 존스가 손님들과 각을 세우는 설정이 그렇다. 그중 압권은 고기 굽기를 타박하는 손님상에 날고기를 쾅, 꼽는 장면이다. 이건 상상력이 아니라 틀림없이 현장 취재를 통해서 얻은 에피소드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뉴욕의 특급요리사라면 그러고도 남을 일이라서다. 내가 경험했던 서양 요리사들은 손님과 싸운 경험을 훈장처럼 간직한다. 누가 더 멋지게 손님을 골려먹는가 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국에서 제작된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니 신체에서 나온 각종 분비물을 음식에 섞는 녀석도 있더구먼.

그렇지만 리얼리티 면으로 보았을 때 허술한 구석이 더 많다. 땅값 비싼 뉴욕의 잘나가는 식당 주방이 그처럼 ‘널널’한 건 말도 안된다. 캐비닛처럼 좁은 주방에 요리사들이 바글바글 등을 맞대고 일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당 사장은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고는 새로운 요리사 아론 에크하트를 불러들인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프랑스식 대신 이탈리아식 주방장을 불러들인다? 뉴욕에서 ‘식’을 바꾸면 식당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대충 두 주방장이 함께 일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캐서린 제타 존스의 귀여운 조카 조이가 주방에 들어와 노는 것도 불가능한 설정이다.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난무하고 툭하면 불바다가 되는 위험한 작업장은 ‘19금’처럼 애들은 들어갈 수 없다. 이 모든 엉성한 디테일 중 내가 최고로 꼽는 것은 요리사들 옷이 너무 깨끗하고 표정이 느긋하다는 점이다. 아니, 저런 주방이라면 거의 신선놀음이잖아!

사족. 이 영화감독님은 자기 영화의 한국 제목이 <사랑의 레시피>로 나가는 걸 허락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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