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짠내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마린보이>는 몸속에 마약을 넣어 운반하는 신종 마약운반책 ‘마린보이’를 소재로 한 본격 해양범죄액션물. 내용이 그렇다 보니 애초 바다를 주요한 배경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마린보이>의 수중촬영을 전담한 이는 얼핏 박중훈을 닮은 외모에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박상훈 촬영감독이다. 후반작업 중이라는 그를 만나러 세방현상소로 향했는데 지금 다듬고 있는 작품이 <마린보이>가 아니라 <핸드폰>이란다. 수중촬영팀을 이끌긴 하지만 촬영감독으로도 활약하는 그는 알고 보니 <핸드폰>의 촬영감독. <마린보이> 시작할 때 태어난 아들이 얼마 전 돌을 맞았다는 그는 바쁘긴 해도 즐거워 보였다.
-<남극일기> <인어공주> 등을 작업했다고 들었는데 그 밖에도 어떤 영화에 참여했나. =내 소속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영화촬영감독협회 정회원이고. 처음에는 촬영 일을 하면서 수중촬영 일을 부업 삼아 시작했다. 부산예술대학에서 교수로 6년 정도 근무했는데 현장을 못 잊겠더라. 어디 틈새시장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두세 가지를 염두에 뒀다. 스테디캠하고 특수장비쪽하고. 부산에서 컸기 때문에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편이다. 라이선스가 있던 관계로 수중촬영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조사를 했다. 그런데 처음에 놀랐던 게 이런 막무가내가 어디 있냐는 생각에.
-막무가내라니. =당시만 해도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없었다. 준비도 안된 배우에게 물속에서 숨만 참으면 된다고 하니 연기가 안 나오고. 그때부터 자비를 들여서 전세계 수중촬영 스튜디오만 돌아다녔다. 특히 멕시코 바하스튜디오가 인상적이었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를 찍고 있었는데, 날보고 도대체 넌 누구냐 그러는 거다. (웃음) 당시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었거든. 공식 연수는 아니었지만 수중촬영이 정말 과학적이라는 걸 느꼈다. 처음 작업한 영화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다. 우려는 했지만 수중장면이 잘 나왔나보더라.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부산에서 수중촬영을 맡는 아쿠아캠, 수중교육 및 연기지도를 담당하는 아쿠아리우스라는 두팀을 구성하게 됐다. 이제 질문의 답변이다. (웃음) 대표작은 <혈의 누> <남극일기> <돌려차기> <국경의 남쪽> 등이고 한국에서 수중이 나오는 작품은 거의 다 했다. <인어공주> <마린보이>까지. 그리고 사실 수중촬영 일이 정기적이지 않다. 없을 땐 두편 정도, 많을 땐 스무편 정도 찍는다.
-안 그래도 다른 기자가 수중촬영만으로 벌이가 되는지 궁금해하더라. =절대 안된다. 수중촬영에 관계된 기자재는 99.9%가 수입이다. 카메라 자체가 방수가 안되니까 ‘하우징’이라는 거푸집에 집어넣는데 보디 가격보다 그 가격이 더 비싸다. <마린보이>를 하면서 그걸 자체개발했는데 그 비용이 사는 가격만큼 들어갔다.
-초반엔 맨 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겠다. =그렇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노하우를 쌓았다. <마린보이>의 경우는 윤종석 감독님이 초반 장면이 굉장히 아름답게 나오길 원했다. 그래서 수중에선 절대 선택하지 않을 아사50이라는 필름을 선택한 거다. 그건 10m마다 한 스탑씩 노출이 떨어져서 촬영시간이 짧다. 그래서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선택을 잘한 것 같더라. <마린보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까지 수중촬영에 대한 이해가 적어서 다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는 거다.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그런데 강우씨가 워낙 체력이 좋더라. 레스큐팀에서 촬영 중단을 내린 적도 있다. 저래서 병난다고. 진짜 김강우씨같이 열심히 하는 배우 처음 봤다, 그런데 제발 우리도 좀 삽시다, 우리도 힘들다. (웃음) 농담이고, 사실 조명감독하고 나하고 강우씨하고 병원에 가서 산소마스크 쓰고 있었던 적도 있다.
-수중신의 분량도 그렇고, <마린보이>는 참여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한국에서 <블루>를 제외하고 이 정도 분량의, 이 정도 규모의 수중액션신을 찍은 적이 없다. 한국영화 표현의 발전에 족적을 남겼다고 할까. (웃음) 우리 팀을 선택한 감독님이나 대표님에게도 고맙고.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도 예산 신경쓰지 말자, 이건 정말 해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
-차기작은 결정됐나. =지금 얘기되는 작품이 2편 정도 있다. 수중촬영은 방송용 HD작업을 하기로 했고. <올인>의 후속편 격인 <태양을 삼켜라>와 <탐나는도다>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 한국영화가 정말 위기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관객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한국의 영화인들이 모두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린보이> <핸드폰>은 물론이고 어떤 영화든 다 잘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