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배울 때 흔히 첫 연습곡으로 추천받는 스탠더드 넘버들이 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경우 90년대 중반까지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1순위로 꼽혔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1973년 이후 많은 통기타 초급자들이 3인조 포크그룹 가구야히메(かぐや?)의 <간다천>을 자신의 첫곡으로 삼았다.
E마이너 키의 기본 코드에 유려한 멜로디로 발표 당시 밀리언셀러에 육박하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간다천>은 ‘다다미 넉장 반 포크’라 불리는 일본 대중음악 사조의 대표곡으로도 일컬어진다. 다다미 넉장 반은 두평(7제곱미터) 남짓한 넓이의 좁은 일본식 단칸방을 가리키는 말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60~70년대 도쿄의 고학생들이 택할 수 있었던 최저선의 주거환경이었다. 그렇게 빈곤한 청춘의 정서를 담아 대중적으로 높은 호응을 얻었던 노래들이 바로 가구야히메의 <간다천>이나 요시다 다쿠로의 <결혼합시다>와 같은 다다미 넉장 반 포크송들. 게릴라 포크 페스티벌의 베트남평화연대라든가 반체제 포크 레이블 URC 등이 주창한 ‘사회파 포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생활파 포크’라 불리기도 한다.
<간다천>은 특히 단칸방에서 가난한 사랑을 나누었던 커플의 일상을 탁월하게 묘사하여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욕실도 없고 화장실도 공동으로 써야 했던 게 넉장 반 다다미 하숙집의 일반적인 구조였던지라 함께 동네 목욕탕에 가서 같은 시간에 나오기로 약속하곤 했다는 내용이라든가 데이트 비용이 없어 간다천이 내려다보이는 단칸방에서 크레파스로 상대의 얼굴을 그리며 서로를 위로했다는 이야기를 <간다천>은 여성 화자가 회고하는 어투로 담담히 풀어놓는다. 이렇듯 남성 뮤지션들이 만들었음에도 여성 화자가 자주 등장하고 과거시제가 많다는 점에서 다다미 넉장 반 포크송들은 ‘학생운동의 좌절을 단지 낭만적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과 홍대 신을 뒤흔들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는 궁핍한 주거공간의 일상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까지 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다천>의 먼 친척뻘쯤 된다. 말하자면 반지하방 포크랄까. 다만 다다미 넉장 반 포크의 시제가 과거형인 데 반해 <싸구려 커피>의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