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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의 니혼진] 에리카 사마의 기모노
정재혁 2009-02-03

1월17일 그동안 정말 말이 많았던 에리카 사마, 사와지리 에리카가 결혼했습니다. 상대는 44살의, 22살 연상 하이퍼 미디어 크리에이터 다카시로 쓰요시예요. 충격이었죠. 2007년 가을 영화 <클로즈드 노트> 무대 인사에서 건방지고 무례한 태도를 보여 ‘에리카 사마’란 별칭이 붙은 그녀는 이후 계속 가십으로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공항에서의 ‘Oh, Shit’ 발언, ‘하이퍼 미디어 크리에이터와 동거’ 등. 폭탄을 달고 사는 것처럼 보였죠. 일부에선 그녀를 두고 ‘네타(이슈만 뿌리고 다니는) 배우’라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22살 많은 남자와 결혼이라니요. <박치기!>(2004)에서의 순수한 소녀를 생각하면 정말 5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더군요.

사와지리 에리카는 결혼식을 메이지진궁에서 했습니다. “일본인이니까 기모노가 입고 싶잖아”라면서요. 그녀는 특정 디자이너에게 주문해 백색에 금과 적실이 얇게 수놓인 기모노를 입었고요, 머리엔 하얀 꽃장식을 했습니다. 프랑스인인 어머니에게도 같은 디자이너의 기모노를 선물했고요. 다소의 조롱과 비난도 있었지만 일본인들은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한 마음을 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젠 배우로도 돌아와주길”, “일본 전통에 대한 확실한 마음가짐” 등 기사들의 헤드라인도 톤이 바뀌었어요. 특히 전통에 대한 애착 때문에, 혼혈인 사와지리 에리카가 결혼식을 메이지진궁에서 했다는 점은 일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듯합니다. 메이지진궁에서의 결혼식은 50만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경호요원을 평소의 두배 동원했다고 해도 시부야 갸르처럼 돼버린 에리카 사마에겐 정말 소박한 규모죠.

사와지리 에리카의 결혼식 뉴스를 보면서 일본인의 전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도 떠올랐어요. 일본인에게 전통, 무언가를 지킨다는 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신주쿠 뒷골목의 작은 가게 같은 곳에서도 쉽게 보이는 흔한 겁니다. 오만방자했던 에리카 사마도 입에 담을 만큼요. 그리고 연예인의 건방짐도 용서할 만큼 중요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게 국경을 넘으면 곧잘 우익으로 읽히기도 해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임하는 병사의 마음은 바다 저편에선 따뜻한 가족애지만 바다 이쪽에선 우물 안 개구리의 자기 동정이 되죠. 일본의 전통이 좋다며 결혼식을 올린 사와지리 에리카는 일본 천황을 숭배하는 제국주의의 찬양자로 비난받고요.

그런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요, 자기 것을 좋아하는데 욕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스스로를 미화하는 건 납득할 수 없지만, 자기 게 좋다고 아끼는 사람에게 내 거는 어떻냐고 물어볼 순 없잖아요. 모든 전쟁영화를 한국에 대한 사죄로 시작할 수도 없는 거고요. 아마 지금 한국에서 우익이라 비난받는 것들의 95%는 우리의 지나친 참견과 오지랖 탓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이 한국을 좋아하고, 일본이 일본을 좋아하는 건 당연지사니까요. 에리카 사마가 이번엔 우익으로 비난받을까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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