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전(秘傳)이 있다. 베테랑도 초심자도, 절대로 버리지 않을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도 언젠가는 반드시 참고하게 되는 순위. 바로 ‘역대 일본 드라마 시청률 랭킹’이다. 일종의 ‘레퍼런스급’ 랭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순위의 결과는 기준과 조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고,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역대 평균 시청률 20% 이상 드라마’(민영방송국 기준), ‘순간시청률 최고 드라마’, ‘2000년 이후 최고 평균시청률 드라마’ 등등.
이중에서도 가장 참고도가 높은 순위는 바로 ‘역대 평균 시청률 20% 이상 드라마’ 순위다. 1위가 <HERO>(2001년 방영, 34.3%), 2위는 <뷰티풀 라이프>(2000년 방영, 32.3%), 3위는 <러브 제너레이션>(1997년 방영, 30.8%), 4위는 <GOOD LUCK>(2003년 방영, 30.6%), 5위는 <남녀 7인의 가을이야기>(1987년 방영, 30%)다. 재미있는 것은 1위부터 4위를 차지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모두 기무라 다쿠야라는 점. 역대 평균 시청률이 20%를 넘는 현재까지의 드라마(2008년 기준) 상위 10개 작품 중 절반이 기무라 다쿠야 주연작이다. 작품의 방영시기는 10여년에 걸쳐 있다. 이 정도면 어떤 의미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배우라는 생각까지 든다.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는 미디어 트렌드 앞에서 최근 일본 TV업계도 고정 시청자를 모니터 앞에 잡아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여겨지던 30%대의 평균 시청률은 점차 현실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최근에는 20%대 정도의 시청률만 나와도 그 작품을 ‘대박’이라고 부르는 추세다. 그럼에도 기무라 다쿠야가 2007년에 주연한 드라마 <화려한 일족>의 평균 시청률이 23%대에 그치자, 일각에서는 ‘이제 기무라의 시대도 끝인가…?’ 하는 의문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기존 출연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떤 존재의 의미를 숫자로 경신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인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일인 듯하다. 하지만 만약, 다음 작품에서 기무라 다쿠야가 또 한번 30%대의 시청률을 넘기는 드라마를 선보이기라도 한다면, 일본 시청자가 그 사실에서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감동을 찾으려 들 것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해 보인다. 숫자만큼 리얼하게 감동적인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