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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나] 회초리 100대 맞은 기분이에요
이영진 사진 최성열 2009-01-22

<핸드폰>의 배우 이세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세나는 ‘회초리 100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전날 수원성에서 <핸드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다 끝나고 나서야 김한민 감독님이 ‘연기는 (감정과 행위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 말을 들으니까 뒤늦게 후회가 들었어요. 문득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연기한 거지’ 싶은 거예요. 걱정도 되고. 꾸중 한번 없던 아버지한테 회초리 100대를 맞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이세나에게 <핸드폰>은 ‘첫 영화’라기보다 ‘첫 경험’이다. “촬영이 있다고 해서 들떴다가 이내 일정이 바뀌어 시무룩해졌던” 어느 날, “모니터하겠다고 ‘컷’ 소리 나자마자 부리나케 감독 곁에 앉았다가 눈총을 샀던” 어느 날, “카메라 앵글은 안중에도 없이 물세례 받으면서 나 홀로 뛰었던” 어느 날, “풀숏 찍을 때 에너지를 다 쏟아서 정작 클로즈업 때는 기진맥진했던” 어느 날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첫 경험의 실수담을 듣다보니, 이세나가 맡은 <핸드폰>의 진아가 떠오른다. 극중에서 신인배우인 진아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시 돋힌 말을 뱉어내 진행자를 곤란하게 하고, 심지어 섹스 동영상의 주인공이 되는 바람에 매니저 승민(엄태웅)을 안달하게 만든다. “뭘 모르고 막 덤비는 건 똑같죠. (웃음) 감독님도 표정 하나, 손짓 하나 특별히 요구하지 않고 그냥 놔두셨어요. 10번 테이크를 간다 치면 다 틀리게 해도 아무 말 안 하셨죠.”

진아에게 동영상은 스타덤의 장애지만, 이세나에겐 기회였다. 도예과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직접 만들어 올린 셀프 UCC는 그녀에게 ‘도자기녀’라는 별명을 안겨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0곳 정도 되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다 만났어요. 전에 잠깐 다녔던 기획사는 연기수업비 명목으로 돈을 갖다줘야 했거든요. 다들 지금 떠야 한다고 했는데, 제겐 체계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결국 그걸 들어준 곳을 택했죠.”

갑작스럽게 행운을 거머쥔 건 아니다. 열아홉,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 눈치 보느라 뜻대로 되지 못했다. “원서 쓸 때쯤 ‘갈 과가 없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셨어요. 혼자 속앓이한 거죠. 그 뒤로 두달 실기 준비했는데 될 리가 있겠어요.” 늦게 시작한 길, 이세나는 끼 많은 배우보다 ‘진득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박용우, 엄태웅 두 선배의 ‘성실함’을 욕심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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