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는 얘기다. 깊은 밤 심심할 때면 개인 블로그의 유입 키워드 통계를 보곤 하는데, 뜬금없게도 ‘외숙모 & 섹스’라는 키워드를 접했다. 외숙모에 대한 이야기를 쓴 포스트와 다른 글에서의 ‘섹스’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검색 결과로 추출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민망한 검색어로 호기심을 채우는 동지들이 세상에 여럿 있다는 생각에 외롭지 않은 기분도 든다. 그런데 나를 가장 낯뜨겁게 한 검색어는 ‘씨네21 안현진’이었다. 도대체 누가 내 이름을 ‘씨네21’과 함께 넣고 검색을 했을까, 나 말고.
‘Googling Myself’라는 영어표현이 있을 정도로, 검색창에 제 이름을 넣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과거에 C선배가 자기소개 대신 “구글에 내 이름 넣어봐”라고 했을 때 뜨악했던 기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지만, 나도 종종 내 이름을 넣곤 한다. 하지만 다른 이가 내 이름으로 검색을 하는 일은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흔치 않은 일. 신기한 마음에 그 링크를 클릭했고, 결과는 의외로 재밌었다. 내가 쓴 기사 말고도, 그 기사에 대해 왈가왈부한 흔적들이 보였다. 나름 따끈했던 토론은 <둠스데이>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처럼 팬층이 분명한 장르영화 리뷰에 달린 의견들이었다. 대부분 내 의견에 동의를 못해서 글쓴이(의 성별)까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타깝게도 <씨네21> 사이트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트래픽이나 페이지뷰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모르는 사이 일어난 일들을 뒤늦게 따라잡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발견은, 얼마 전 실었던 책 리뷰의 저자가 내 글이 마음에 들었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태그에 내 이름을 넣은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호평과 비평 사이를 줄타기한 글보다는 한쪽 색깔이 두드러지는 글이 독자 입장에서 재밌다는 걸 알면서도, 리뷰를 쓸 때는 톡 까놓고 좋다 싫다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의견에 100% 자신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글을 보다가 반감이 치밀어오를 것을 미리 계산한 비겁한 결과에 가깝다. 어쨌든 저자가 만족하는 리뷰를 썼다니, 좋은 책을 좋아한 티를 제대로 낸 것 같아서 스스로 뿌듯했다는 이야기. 더불어 이 글도 ‘외숙모 & 섹스’로 검색될 것을 생각하니 웃기다. 2009년 연말에 가장 많이 본 기사 100에 오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