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생아용품 매장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점원의 첫 질문은 “아기가 남자예요, 여자예요?”일 것이고, 고객의 답변에 따라 점원이 추천하는 물품 또한 달라질 것이다. 만약 점원이 꺼내든 옷이 ‘로봇이 그려진 파란색 티셔츠’였다면, 그 옷은 100% 남자아이를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삶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성별에 따른 색깔 분류가 적용되는 것이다.
1월23일까지 이엠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작가 윤정미의 개인전 <핑크 & 블루 프로젝트>는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란 사회의 고정관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윤정미는 파랑·분홍색 물건을 나열한 방에 각각 남자·여자아이를 세워놓는데, 놀라운 점은 촬영 소품이 모두 모델 어린이의 물건이라는 것이다. 정훈, 호재, 승재-지원, 지유, 지우로 대비되는 남자-여자 어린이들의 이름 또한 성별에 따른 분류의 여지를 남긴다. 2005년 외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뉴욕에서 시작해 현재 서울로 넘어온 이 프로젝트는 ‘성별에 따른 색깔 구분은 문화와 인종을 넘어서 적용된다’는 무거운 메시지를 담는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한층 가볍고 경쾌하다. 아이들의 깜찍한 포즈와 아기자기한 소품,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