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13곡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제목이 없다. 앨범도 그냥 <<7집>>이다. 케이스 대신 책자같이 두툼한 부클릿 가운데 음반이 들어 있다. CD를 기준으로 절반은 가사, 나머지 절반은 색지다. 이소라의 새 앨범의 첫인상은 아티스트가 작업한 작은 책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티스트’라는 단어다. 그것은 이미 전작 <<눈썹달>>로 이소라가 얻은 지위였지만, <<7집>>에서 전곡의 가사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새 앨범은 두 가지 면에서 인상적이다. 하나는 음악적으로 이소라의 지향점이 좀더 또렷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음반 마케팅을 통한 작가적 지위의 획득이라는 전략이란 점이다. 전자는 <눈썹달>에서 함께 작업했던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정순용(마이 앤트 메리)을 비롯해 강현민(러브홀릭), 이한철, 정지찬, 이규호 등의 참여로 멜로디가 강한 팝/가요를 선보인다. 특히 <<눈썹달>>에서 히트했던 <바람이 분다>나 <별>과 같은 우울한 서정은 <<7집>>에서 더 심화되는데 이소라의 보컬에 최적화된 멜로디와 사운드라는 인상이 앨범을 관통한다. 그러니까 여기에 실린 곡들 모두 그녀가 아니면 부르지 못할 노래들이라는 인상이 앨범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마케팅 전략 면에서 앨범은 더 흥미롭다. 비어 있는 노래 제목은 수용자들의 인터렉티브를 유도하는 수단이자 노래 자체에 주목하게 하는 수단이다. 또한 음원시장이 가요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현재, 이런 상호작용은 수용자들의 음반 구입을 유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앨범 자체가 마케팅인 셈이다.
음악가들이 음원이 아니라 앨범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적 아이덴티티’다. 음악이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을 때 더 진지하게 여겨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소라의 앨범은 그 음악적 성취와 함께 현재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의미심장하게 여겨져야 한다. 똑같은 이소라의 7집이라도, 음반의 가치와 음원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다는 걸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새 앨범으로 그녀가 거둔 성취는 그래서 복합적이고 흥미롭다. 음반의 구성을 비트는 것으로 음악시장에서 음원과 음반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은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듣기 좋다. 타이틀곡으로 예정된 8번 트랙을 비롯해 9번, 10번 트랙 등이 흥미롭게 들린다. 절절하고 아름다운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