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를 혼동한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양수경이 다혈질에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들이대는 캐릭터라고 해서 양수경을 연기한 최다니엘이 그런 성격일 리는 없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최다니엘은 능청스러울 것 같다.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신입사원이 되어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러대는 모습 또한 능청스러워서였을까. “양수경 같은 모습이 내 안에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 대하는 것도 되게 어려워하고, 한번도 내가 능청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난 항상 진지했다.”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다인은 그가 “의외로 감성적이고 또 굉장한 노력파”라고 얘기했다. “고시공부하듯이 대본을 달달 외우”기도 했던 그는 초짜 연기자 특유의 근성으로 캐릭터에 놀랍게 몰입했다. 그 결과 전체 드라마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양수경만의 개성을 발산하는 ‘수위 조절’에 성공했다.
데뷔 동기는 의외다. 고등학생 때 빼빼로CF로 데뷔한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부귀영화를 꿈꾸며 허황된 꿈에 젖어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몇편의 CF를 찍고 방송에 잠깐씩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제대로 된 연기는 해보지 못했다. “그땐 별의별 알바를 다 했다. 입에 풀칠하기 바빴는데, 그 안에서 행복을 누렸다.” 누구나 다 배고픈 시절이 있지 않냐며 과거를 툴툴 털어버리고 현재에 충실한 모습이다. 아직 잡혀 있는 작품 계획은 없다며 “백수라서 요즘 힘들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처럼만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