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방송연예계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방송연예계도 풍랑을 맞은 듯 흔들렸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소신발언, 기부, 자살 등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방송시장을 위축시켰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드라마 시장. 드라마 산업 종사자들은 제 살 깎기에 돌입하며 배우들의 몸값에 먼저 칼을 댔다. 반대로 리얼 버라어티의 인기를 등에 업은 예능은 펄펄 날았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방송연예계를 정리했다.
최진실 자살, 문근영 기부.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는 각종 사회문제들을 공론화했다. 올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단연 ‘국민배우’ 최진실의 자살이다. 온 나라가 애도의 물결로 들끓는 가운데 전남편 조성민의 친권 부활 문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옥소리·박철 부부의 이혼은 간통죄 존폐 여부를, 나훈아 괴담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안재환의 자살은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연예인들의 따뜻한 선행이 감동을 주기도 했다. ‘기부천사’로 통하는 김장훈은 태안반도 봉사 활동 등에 앞장섰다. 문근영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년간 8억여원의 돈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낳았다.
전문직 드라마 붐, 일일·주말극 강세. 올해는 다양한 소재의 전문직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방송가를 사실적으로 그린 <스포트라이트> <온에어> <그들이 사는 세상>, 의학드라마 <뉴하트> <종합병원2>, 요리를 소재로 한 <식객> <떼루아> 등이 전파를 탔다. 그림과 음악을 화면에 옮긴 <바람의 화원> <베토벤 바이러스>도 등장해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작드라마들이 난립하면서 <온에어> <뉴하트> <베토벤 바이러스> 정도만 흥행에 성공했다. 화제만 만발했던 전문직 미니시리즈보다 실속을 챙긴 드라마는 따로 있었다. 올해 시청률 순위 톱10에는 <미우나 고우나> <너는 내 운명> <엄마가 뿔났다> 등 일일극과 주말극이 7개나 순위에 올랐다. 대작드라마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경기불황 여파와 더불어 드라마 산업 위기론이 팽배해졌다. KBS2 일일극, SBS 금요드라마, MBC 주말드라마가 잇따라 폐지되는 수순을 밟았다. 방송사와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신양에게 무기한 드라마 출연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리얼버라이어티 강세. 음악쇼, 드라마가 울었다면 예능은 웃었다. <무한도전> <해피선데이-1박2일>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꾸준히 사랑받았다. 유재석, 강호동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쌍끌이하면서 윤종신, 이하늘, 성대현 등 일명 ‘예능 늦둥이’들의 활약이 눈부신 한해였다. 박미선, 이경실을 앞세운 ‘줌마테이너’들은 솔직한 수다로 시청자와 통했다. 아이돌 그릅과 90년대 가수들의 컴백, 개성있는 인디밴드들의 등장으로 음악쇼는 더욱 화려해졌다. 이효리와 빅뱅의 탑의 키스신으로 화제를 낳았던 <MKMF 음악축제>와 <라라라> <김정은의 초콜릿> <이하나의 페퍼민트>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 <마담 B의 살롱> 등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이 등장해 대중음악에 흥을 돋웠다.